1961년 오늘 한 동독 병사가 소련제 ppsh-41 기관총(일명 따발총)을 어깨에 멘 채 허리높이의 철조망을 뛰어넘어 서베를린으로 넘어왔다. 이 모습을 찍은 사진은 다음 달 세계 주요 신문 1면을 일제히 장식했다. 사진 속 인물은 당시 19세였던 동독 기동경찰대 소속 콘라트 슈만(1941~1998), '자유' 서독과 '억압' 동독을 상징하는 냉전의 아이콘이다.
그는 서베를린의 소녀가 동서를 갈라 놓은 철조망 너머로 동베를린에 억류돼 돌아오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꽃을 건네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탈출을 결심했다. 기회를 엿보던 중 탈출 당일 서베를린 주민들이 자신을 향해 "건너 와! 건너와!"라고 소리치자 철조망을 넘었다. 그의 탈출은 행운도 작용했다. 그날은 동독이 주민들의 대규모 서독 탈출을 막기 위해 베를린 장벽 건설에 착수(8월 13일)한 지 이틀 뒤로 그의 경비구역은 철조망만 있었을 뿐 장벽은 세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서독에 정착해 결혼도 하고 평온하게 살았지만 인생 후반은 행복하지 않았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후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가족과 친척은 반겨주지 않았다. 혼자만 살겠다 탈출해놓고 왜 왔느냐는 고향의 냉대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1998년 목을 매 자살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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