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으로 한푼이라도 아껴야죠."
17일 오후 5시. 대구 수성구의 한 대형마트. 도시락용품 판매 코너에 손님 몇 명이 도시락 용기를 비교하고 있었다.
2단 도시락 하나와 수저세트를 집어든 주부 한모(40) 씨는 "생활비는 한정돼 있는데 점심값이 자꾸만 올라 남편 도시락을 싸주려고 한다"며 "번거롭기는 하지만 물가가 워낙 비싸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고물가로 점심값 부담이 커지면서 '도시락 열풍'이 불고 있다.
편의점이나 마트의 간편식을 사먹거나 직접 도시락을 싸서 들고 다니는 도시락족이 늘면서 도시락 판매와 함께 도시락 용기나 도시락 반찬 등 관련 제품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올 들어 2배 이상 증가했다.
보광훼미리마트의 경우 지난달 도시락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의 올 상반기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도시락의 매력은 역시 저렴하다는 것.
식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해 점심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면서 대구지역에서도 보통 5천원에서 1만원 이상은 써야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편의점 도시락이 2천원대에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점심값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직장인 최원석(33) 씨는 "회사 근처 편의점에는 일찍 가지 않으면 도시락을 구할 수 없다"며 "부서 직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사와서 회사 휴게실에서 먹는다"고 말했다.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직장인들도 늘면서 도시락통이나 수저세트, 반찬 등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도시락통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했다.
더운 날씨에도 보온도시락, 보온병이 하루 평균 200여 개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G마켓도 같은 기간 동안 일반 도시락통 판매가 25%, 보온도시락 판매가 20% 늘어났다.
특히 밀폐용기 2개와 젓가락, 보관 가방이 한 세트로 이뤄진 '직장인 도시락세트'가 가장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
대구지역 이마트에서도 도시락통 판매가 10% 가까이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도시락통은 주로 신학기 준비물로 반짝 매출이 증가하고, 최근에는 학교 급식으로 인해 매출 하락세가 지속됐다"며 "직장인 도시락족으로 인해 새로운 수요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락용 반찬 판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한 끼용으로 나온 작은 크기의 참치나 장아찌 통조림이 인기로 온라인에서는 지난해보다 판매가 28% 증가했다. 대구지역 이마트에서도 반찬 통조림의 경우 65%, 참치는 20% 정도로 지난해 대비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아침마다 직접 도시락을 싼다는 박은빈(29'여) 씨는 "한 달에 50만원 이상 들던 식비가 20만원 정도로 줄었다. 직원들끼리 모여서 도시락을 먹으면 학창시절 생각도 나서 좋다"며 웃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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