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39)] 한국대중음악계에 던지는 짧은 소리

디지털음원 대세…정당한 수익배분 고민 필요

대중음악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라디오와 TV가 보급되고 LP 시대가 열리면서 음악 소비는 수평적 구조를 띠게 된다. 예술적 음악과 통속적 음악은 적어도 소비면에서 봤을 때 가격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시대가 흐르면서 오히려 통속음악으로 구분되던 대중음악이 고가가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대중음악을 발전시킨 절대 공로를 가지고 있지만 21세기 들어 한국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LP나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음악을 소비하던 시대가 지나고 CD의 시대가 왔을 때 깨끗한 음질과 반영구적인 보존성에도 불구하고 여타 미디어에 비해 고가라는 이유로 음반 시장은 다소 위축되었다. 특히 컴퓨터의 보급으로 원음을 보존한 상태의 무한복제가 가능해지면서 CD는 불법복제와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MP3가 등장한다. 이전 시대부터 디지털음원은 존재했지만 빠르지 못한 통신속도는 MP3 보급의 장애였다. 또 원음을 압축하는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애호가들은 MP3를 외면했다. 하지만 초고속통신망의 발달과 함께 MP3는 음악 소비의 대세로 등극한다.

품질의 정도는 논하지 않겠다. 하지만 MP3는 몇 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 우선 복제의 용이성 문제다. MP3 파일의 복제는 너무나 간단해 이를 막을 방법이 없을 정도다. 실제로 DRM 같은 복제방지장치를 적용하기도 했지만 거의 모든 음원 판매 사이트에서 이를 폐지하고 있다. 등록된 하나의 미디어기기에서만 MP3 파일을 활용할 수 있는 불편함을 이용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결국 복제에 대한 대안은 아직 없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음악 시장을 고사상태까지 몰아가고 있는 수익 배분 문제다. 한 해 음원 시장 규모가 6천500억원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대중음악은 죽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인디음악인 '이진원'(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말처럼 음악인은 죽어가고 유통사만 배불리는 꼴이 되고 있다. 과거 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음원시장이 지금처럼 확대될 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유통사에 지나치게 높은 요율을 줘버린 탓이다. 대체로 음원 다운로드의 경우 유통사가 46%, 저작인접권을 가진 제작사가 40%, 실연권을 가진 가수가 5%, 저작권자인 작곡'작사가가 9%의 요율을 가진다. 미국 애플사가 운영하는 아이튠스의 경우 30%를 유통사가 가지고 나머지 70%를 음악생산자가 가지고 간다. 대체로 전체의 30% 정도가 아티스트들에게 돌아간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다.

디지털음원이 음악소비의 대세가 되었다면 이제 수익에 대한 정당한 배분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음악생산자는 그나마 돈이 되는 음악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다양성을 상실한 시장은 대중에게 외면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그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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