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자살을 기도한 신창원(44)이 수감돼 있던 경북북부 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하루 전인 17일 무기수 김모(51) 씨가 자살해 숨진 사실이 드러났다. 교도소 측이 철통 같은 감시와 통제에 치중하는 바람에 재소자들이 열악한 환경 및 의료체계에 노출돼 있어 교화는커녕 제2, 제3의 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잇단 자살 왜?
살인죄로 5년째 수감중인 무기수 김 씨는 17일 오전 6시 30분쯤 자신의 바지로 끈을 만들어 목매 쓰러져 있는 것을 교도관이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보호자와 교도소 측은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토대로 단순 자살로 결론지었다.
북부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A(64) 씨는 "수감 순간부터 누구라도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사회적 인식은 물론 수감생활에서조차 이런저런 제약으로 이중'삼중의 심리적 고통을 겪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신창원도 편지나 면회 등을 이유로 소송해 승소했으나 좁은 독방에 수감돼 있어 격리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무기수 김 씨의 자살도 수감자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교도행정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안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신창원의 경우 의식은 없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병원 신경외과 이혁기 과장은 "신 씨가 오전 5시쯤 병원 응급실로 왔을 때 혼수상태로 저산소증이 의심될 정도였으며 맥박과 호흡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며 "현재는 정상으로 회복단계에 있으며 의식은 없으나 팔다리의 움직임 등 정상적인 생체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저산소증에 의한 후유증 가능성과 뇌 손상 등의 문제가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교도소 측은 신 씨가 지난달 부친의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던 점에 주목하고 최근 면회 기록 등을 검토하는 등 자살을 기도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과 통제
지난 1월 북부교도소를 찾은 '인권연대' 회원들은 교도소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협소한 공간에 놀랐다. 5인까지 수용가능하다는 혼거실은 다섯 명이 눕기에 불편할 정도로 좁았다.
겨울 추위를 막기 위해 복도 곳곳에 가려놓은 비닐이 난방의 전부여서 재소자들은 추위에 떨고 있었다. 감방에 연탄가스 냄새가 가득했고 작업장의 난방 역시 휑한 공간을 채우기에 부족했다고 증언했다. 의료체계도 1천여 명 이상 수용된 교도소에 의사가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방문하는 것이 전부였다.
사행성 오락을 하거나 약간의 잘못을 저질러도 '독거실'에 일주일 동안 갇혀 조사를 받는 것도 예사다. 방 안쪽 재소자를 감시하는 볼록거울로 인해 갇혀 있는 순간에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으며 사생활이 조금도 보장되지 않는 재소자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다. 인권연대 관계자는 "재소자들이 교도관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과연 이곳에서 진정한 교화와 사회복귀가 이뤄질지 의문스러웠다"고 했다.
반면 교도소 측은 "큰 죄를 저지른 재소자들을 다루기 너무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하며 "점차 환경과 시설이 개선돼 재소자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철통 경비와 감시
경북북부 제1교도소는 범죄자들에게 악명이 높다. 절벽과 강으로 둘러싸여 '육지 속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은 청송의 지형적 특수성으로 인해 탈옥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청송교정시설단지는 절벽으로 삼면이 막혀 정문을 통해서만 외부와 통하게 돼 있다. 수감자가 담에 접근하기만 해도 비상 경고음이 울리고 1분 이내에 비상대기조(경비교도대)가 출동한다. CCTV(폐쇄회로)는 교도소 안팎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영화 '쇼생크 탈출'처럼 탈옥시도가 아예 불가능한 곳이다. 1981년 이 교도소가 생긴 이후 30년 동안 한 번도 탈옥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신창원을 비롯해 엽기적인 범죄행각으로 알려진 조두순, 김길태도 모두 이곳에 수감돼 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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