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 신중히 추진하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마다 총장 임기가 달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대학 민주화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현재 형태의 직선제가 대학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한 요인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이 장관은 "직선제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방 거점대 육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 총장 직선제는 1988년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도입됐다. 하지만 과열 경쟁으로 대학 사회를 점점 정치판으로 만들었다. 파벌 싸움과 금품 수수 의혹, 공약 남발, 논공행상에 따른 보직 나눠 먹기가 빈번했다. 고소 고발 사태로 이어진 대학도 있었다. 실제로 한 총장 당선자는 금품을 돌린 혐의로 벌금을 선고받았고, 또 다른 국립대학은 3명의 총장 후보자가 모두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사립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직선제를 폐지하기 시작했다. 국립대는 전국 43곳 가운데 40곳이 직선제로 총장을 뽑고 있다.

국립대는 교육대학과 산업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의 거점 대학이다. 지역 인재 양성과 수도권과의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총장 직선제가 파벌을 만들고, 과열 경쟁에 따른 후유증이 대학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면 당연히 폐지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정부의 입맛대로 총장을 임명하거나, 이를 빌미로 과다하게 대학을 통제하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총장 직선제 폐지는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구성원의 지지에 따라 대학 발전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직선제의 장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또 정부가 임명할 경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 거점 대학으로서의 국립대학 발전 방안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