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발 동시에 뜨면 파울, 9명 심판 눈 부릅뜨고 감시…남자 경보 감상 포인트

경보 경기에서 선수들은 전광판을 통해 경고를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경보 경기에서 선수들은 전광판을 통해 경고를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대구 한일극장~중구청 1km 구간. 이곳을 10차례 왕복하면 메달 색깔이 결정된다.'

28일 오전 9시부터 열리는 남자 경보 20km 경기를 좀 더 재미있게 보려면 심판진과 2km 단위로 나오는 중간 기록에 주목해야 한다. 심판진은 9명으로 구성되는데 모두 외국인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국내 심판진이 본 경기에 직접적으로 판정하지 못하는 종목이다.

얼른 봐서는 뛰는 것인지 걷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경보의 대전제는 '뛰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스피드를 내기 위해 순간적으로 두발이 공중에 뜨게 되면 파울 처리된다.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반칙을 발견하려면 숙련된 눈의 심판이 필요하다. 그래서 심판들은 선수의 머리가 옆으로 흔들리는지, 아래위로 움직이는지도 눈여겨본다. 아래위로 움직이면 뛴다는 표시기 때문이다. 반칙을 제대로 적발하기 위해 9명의 1급 심판진들로 구성된다. 국제 대회가 열릴 때마다 각 대륙별 안배를 하는데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권 심판은 3명이다. 중국이 2명, 일본이 1명이다. 경보 20km에 출전하는 중국 선수는 올 시즌 최고기록을 갖고 있는 왕젠(1시간18분30초) 등 3명이며, 일본 선수는 스즈키 유스케(1시간21분13초)뿐이다.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자국 선수에게 관대한 판정을 내릴 수도 있을 터. 그렇기 때문에 9명이나 되는 심판들이 경기를 조율한다. 심판 1명이 담당하는 감시구역은 150m 정도. 20km 경보라면 100명 이상의 심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그렇지 않다. 경보 경기코스는 직선코스가 아니라 1km 코스를 순환하기 때문이다. 대구 대회 경보 코스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시작해 중구청 앞과 한일극장 앞을 반환점으로 두는 루프(loop'고리)코스. 심판장 1명과 자전거를 탄 심판 1명, 그리고 구간마다 배치된 심판이 7명이다. 자전거를 탄 심판은 7명의 심판들이 내리는 경고장을 수거해 선수들이 볼 수 있도록 경보 코스 중에 게시한다. 이에 앞서 선수들은 밥주걱같이 생긴 노란색과 빨간색 두 개의 표지판으로 반칙이 지적됐음을 알 수 있다. 빨간색 표지판은 심판장이 갖고 있는데 이게 나오면 퇴장이다.

2km 단위로 나오는 중간 기록도 중요하다. 페이스가 어떻게 조절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

장창수 경보 담당관은 "20km 경기에서는 아무래도 스피드가 중요하다. 7분30초대의 중간 기록이 보이면 그때부터 치열한 순위싸움으로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하지만 경기 당일 상황에 따라 작전 변경이 충분히 가능해 경기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스피드를 내기 위해 뛰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다 장시간 걸어 정신이 몽롱해지기 쉬워 실격률도 높은 종목이 경보다. 심판 3명 이상으로부터 파울을 받게 되면 실격 처리되는데 두 다리가 모두 지면에서 떨어지거나, 전진하는 다리가 지면에 닿을 때 무릎이 구부러지면 경고를 받게 된다. 9명의 심판 가운데 3명으로부터 경고를 받으면 곧바로 실격이다.

이 때문에 심판 2명 정도만 파울이라고 해버리면 심리적 위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심판으로부터 2번 파울을 지적받아도 실격이다. 실격 처리되는 선수가 한 대회에 적어도 5명 안팎, 많게는 참가 선수의 절반 가까이 나온다는 점이 이를 잘 대변한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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