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생이란 떠도는 게 아닌 어딘가를 향해 가는 순례"

프랑스 순례길 800㎞ 26일간 혼자 걸어보니…

◆나는 걸었고 그분은 대답하셨다/김명현 신부 지음/홍익포럼 펴냄프랑스 산티아고 가는 길

김명현 티모테오 신부가 산티아고 순례기 '나는 걸었고 그분은 대답하셨다'를 펴냈다. 산티아고로 가는 여러 갈래길 중에 김명현 신부가 택한 길은 프랑스의 쌩 쟝 삐에 드 뽀르(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출발해 프랑세스(프랑스 순례길)를 따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를 걷는 여정이었다. 김 신부는 26일 동안 800㎞를 걸어 산티아고에 도착했고, 이어서 3일 동안 스페인의 땅끝 마을 피스테라(Finisterre)까지 90㎞를 더 걸어갔다.

김 신부는 "뙤약볕 아래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홀로 매일 30㎞씩 걷는 여정은 힘들고 괴로웠지만, 그 길 위에서 많은 것을 보았고 느꼈다. 나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았고, 내 속에 들어있는 것들도 보았다. 걷는 동안 나는 자주 놀랐는데, 아름다운 경치에 놀란 것이 아니라, 내 눈 안에 들어 있는 들보를 보고 놀랐다. 이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이 힘든 순간에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면서 나는 평온함과 사랑을 느꼈고,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무슨 까닭에 산티아고를 향해 순례하는지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김 신부는 여정을 통해 '무거운 짐은 내 안에 있음을 알았다'고 말하고,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를 향해 가는 순례'라고 정의한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하루하루를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아야 하며, 끊임없이 그리고 쉼 없이 인생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의 진리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문희 바오로 대주교(전 천주교 대구대교구장)은 "김 신부는 동료 사제와 함께 출발했으나 순례 동안 만나지 않고 따로 걸었는데, 이는 혼자 있으므로 자신에게 말을 걸고, 혼자 있으므로 하느님이 함께 계시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며 "인생의 길을 가면서 우리는 자신에게 한마디도 건네지 않고 가고 있다. 자기가 자기에게 하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찌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가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먼 길을 홀로 걷는 것은 깨달음의 길이자, 하느님이 거기 계심을 새로이 발견하는 길이라는 말이었다.

김명현 신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은 중세 사람들이 영원한 구원을 갈구하며, 평화를 상징하는 가리비 껍데기가 달린 모자를 쓰고, 희망을 상징하는 지팡이를 짚고, 구원을 상징하는 물통만 메고 걸었던 고행의 길이며 신앙의 길이었다"고 말하고, 누군가가 걷고 그래서 길이 나고, 또 누군가가 걷고 그래서 길은 넓어지고, 그래서 이 길은 더 많은 사람들이 걷는 길이 되었다고 말한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김 신부는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길은 도착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걸음"이라고 강조한다. 326쪽, 1만8천5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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