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는 보았다. 한마음으로 뭉친 대구시민의 열정과 저력을. 하늘까지도 맑은 날씨를 아홉 번이나 계속 내려준 대구시민의 승리였다.
한번 한다면 확실하게 뭉치는 뚝심의 기질,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250만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역대 대회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울 동안 대회를 헐뜯은 일부 서울 언론, 그들이 고생하는 시장님과 봉사자들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필자는 안다. 큰 잔치 끝이라 덮어주지만 권력 있고 잘난 사람들이 지난 9일 동안 했던 못난 정치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스코트는 삽살개였다. 털북숭이 귀염둥이 삽살개는 코끝과 입만 살짝 보일 뿐 얼굴을 알아보기 어렵다. 대회장 주변과 시내 곳곳에 세워진 마스코트 '살비'의 모습은 그래서 더 인기를 끌었다. 얼굴은 털로 가린 생김새지만 주인을 알아보고 충성하는 행동거지는 사랑받는 삽살개의 매력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왠지 반대다. 제 잘난 체하고 싶을 땐 얼굴을 치켜들고 나서면서도 나쁜 짓이나 염치없는 짓을 할 땐 꼭 얼굴을 가리거나 어두운 밀실에 숨어서 일을 꾸민다. 경찰서에 잡혀온 범죄자들은 예외 없이 점퍼나 모자를 눌러 덮어쓰고, 법 어기고 상식을 떠난 짓을 하는 곳에는 으레 제주 강정마을 전문 시위꾼 같은 복면'마스크 부대가 등장한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짓이라는 걸 얼굴 가리기로 자백하는 것이다. 국민들 눈에 예쁘다거나 착해 보일 수가 없다. 그래서 비겁한 폭력성은 경멸과 비난을 산다. 삽살개보다 못한 셈인 것이다.
사회 곳곳에 전염되고 있는 삽살개보다 못한 비겁한 '얼굴 숨기기'와 '양심 가리기'가 국회 안에도 만연돼 있다. '여 아나운서 되려면 다 줘야 된다'는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6개월 징역형(집행유예 1년)까지 선고받은 국회의원을 풀어준 쇼는 그런 밀실 복면 행태의 최신판이다. 지난 10년간 부정을 저지르거나 부패 혐의로 검찰이 요구한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은 19건이나 된다. 그러나 10건은 폐기하거나 철회시키고 본회의에 올린 건 단 9건뿐이다. 그마저 8건은 부결시켰다. 비리 의원 징계안 발의(發議) 건수는 이번 18대 의회서만 57건이나 되지만 정작 윤리특위를 통과시킨 것은 단 1건뿐이다.
이번 제명 발의안도 방청객 다 내보내고 저들끼리 문 닫아걸고 밀실에서 옹호 발언하고 투표하고 면죄부를 내줬다. 문을 열어둔 채 방청석 국민들의 눈앞에서 떳떳이 옹호하기엔 얼굴이 덜 두꺼워서였나? 전직 국회의장이란 자는 '죄 없는 자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성경 구절까지 들먹이며 '여러분은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만큼 떳떳하고 자신 있는 삶을 살아오셨느냐. 나는 돌을 던질 수 없다. 이만한 일로 제명시킨다면 이 자리에 남아있을 국회의원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도 했다. 젊은 여대생들에게 '아나운서 직은 뭐 주고 다 줘야 얻을 수 있다'고 한 성희롱 발언을 권력 쪽에서 '이만한 일' 정도라고 우기면 강정마을 복면시위대들은 깽판에 가까운 국책 사업 훼방을 '고만한 일에 웬 공권력이냐'고 버틸 것이다. 검찰의 체포동의안쯤 금배지 방탄으로 튕겨내 버리면서 길거리 시위대는 경찰더러 잡아라 한다면 그 공권력이 무슨 힘을 쓸까.
말단 판사는 전철에서 여차 실수해도 옷을 벗는 세상인데 유사한 성희롱 발언하고 추행했던 25명이나 되는 한나라당 의원, 간부들은 단 한 명 처벌받은 적이 없다. 그런 부끄러운 전과가 있으니 '우리 중에 누가 돌 던질 자격이 있느냐'는 정신 나간 궤변이 저절로 나오는 거다. 권력 쥔 자기들이 돌 던질 자격이 없으면 저 여인도 죄가 없다는 식의 궤변은 오만이다.
사법부가 유죄 판결까지 내린 범법자에게조차 돌을 던질 수 없을 만큼 몰래 지은 죄가 많고 더러운 양심밖에 지니지 못한 자들이라면 종북 좌파들의 탈법, 불법 깽판 죄에 대해서도 돌을 던지지 말라. 그런 자들을 통치 권력 위에 앉혀놓고서는 이 나라가 종북 세력에 의해 위태로워질, 아니 뒤집힐 날은 더 앞당겨진다. 반드시. 따라서 그런 망국의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에 죄인을 보고도 돌 던질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자, 밀실에서 나쁜 짓 감싸는 자, 그런 중앙 권력자들부터 쓸어내야 이 나라가 산다. 그 길은 단 하나. 내년 총선에서 문 잠그고 얼굴 숨긴 채 제 식구 성희롱이나 덮어주는 삽사리보다 못한 자들을 확실히 쓸어 내는 것이다.
김정길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