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이 가을에는 시를 읽자

지난여름은 폭염과 지루한 장마로 우리 모두가 너무 힘이 들었다. 아직도 한낮 햇볕이 따갑지만, 절기상으로는 분명 가을이다. 중국 당(唐)대의 대문호이자 사상가, 정치가였던 한유는 가을이 되자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이란 시를 지어 자식에게 보내 독서를 권하였다고 한다. 그 시의 일부를 소개한다.

'시추적우제(時秋積雨霽'때는 가을이 되어, 장마도 마침내 개고)/신량입교허(新凉入郊墟'서늘한 바람은 마을에 가득하다.)/등화초가친(燈火稍可親'이제 등불도 가까이할 수 있으니)/간편가권서(簡編可卷舒'책을 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이 시에도 나오듯 등화가친의 가을을 우리는 예로부터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 가을에 나는 우리의 정서를 살찌워줄 시 읽기를 권하고 싶다.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는 '시란 영혼의 음악이다. 보다 더욱 위대하고 다감한 영혼들의 음악이다'라고 하였으며, 공자도 논어에서 '시 삼백 수는 한마디로 생각함에 사악함이 없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모두 시의 가치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사람의 품격을 높여주는 시를 어릴 때부터 즐겨 읽는다면, 그들의 바람직한 인성 함양에도 큰 도움이 될 것 아닌가.

시는 작가의 개성과 독창성이 가장 솔직 담백한 형태로 드러나는 문학 장르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 읽기가 어렵다거나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시가 어려운 것이라든가 별스러운 것이 아니다. 시를 읽을 때는 우선 편안한 마음으로 시의 분위기에 젖어들어 그 맛을 느끼면 된다. 그런 다음 차츰 시와의 친근감이 형성되면 시의 행간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게 되어 시 읽는 재미가 한층 더해질 것이다.

다음에 소개하는 시는 시 '향수'로 익히 알려진 정지용 시인의 동시(童詩) '해바라기씨'이다. 이 시의 배경인 시골집 담장을 머릿속에 떠올린다면 시적 분위기가 살아나서 훨씬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어릴 적 가을날 어머니 손잡고 외가에 가는 즐거운 마음으로 시를 읽어보자.

'해바라기씨를 심자./ 담 모퉁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고양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 감고 한 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내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맞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 새악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꽥! 지르고 간 놈이―/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구리 고놈이다.'

권 영 세 아동문학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