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도 국제도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였다. 외국인 3만5천여 명이 대구를 찾았고, 전 세계 80억 명(연인원)이 TV를 통해 대구를 지켜봤다. 대구를 찾은 외국인들은 열정적인 시민들과 잘 정돈된 거리, 다양한 볼거리 등 '국제도시 대구'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부족한 숙박시설과 항공노선, 특색 있는 관광자원의 부재 등은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혔다.
◆대구 오는 통로를 뚫어야
이번 대회를 통해 대구가 국제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동남권 신공항 등 하늘길 확대가 절실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대회 기간 동안 각국 선수단 대부분은 항공편을 통해 대구로 들어왔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대회 기간을 전후한 8월 9일부터 9월 5일까지 한 달여간 대구공항을 이용한 이용객은 5천674명에 달했다.
선수단 및 관광객 수송을 위해 대한항공이 하루 1편 운항하던 대구~인천 노선에 임시편 32편을 특별 편성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특별편은 탑승률이 95%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정작 해외에서 직항노선을 타고 들어온 외국인은 하루 평균 839명에 불과했다. 대구공항에 취항한 국제선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일본 오사카'히로시마 노선과 중국 광저우'장춘 노선 등에 전세기를 투입했지만 여행 상품과 연계돼 있어 일반 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하기 힘들었다.
항공편이 마땅치 않았던 일부 국가 선수단은 자체 마련한 버스편을 이용해 인천에서 대구까지 와야 했다. 대회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인천에서 대구로 오는 항공편이 증편되지 않았으면 선수단 수송에 큰 차질을 빚을 뻔했다"며 "그러나 항공편 환승으로 대기 시간이 길어져 불평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항공편을 구하지 못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KTX를 이용해 대구를 찾았다. 코레일 대구본부에 따르면 대회기간 동안 동대구역 이용객은 하루 평균 5만1천81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6천646명)에 비해 11.1%(5천166명) 늘어났다. 이 시기는 휴가철이 끝나고 명절을 앞두고 있어 유동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다. 코레일 대구본부 관계자는 "전국 모든 역에서 수송인원이 줄었지만 동대구역은 여객 수익과 수송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시내 대중교통 이용이 외국인에게는 쉽지 않았고, 택시 등도 언어 문제로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일본 니칸스포츠의 한 기자는 "시내버스는 탈 엄두도 내지 못했고, 택시를 타도 기사가 영어를 못 하거나 장소를 말해도 어디인지 잘 모르는 일이 많아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불평했다.
◆와도 잘 곳이 없다
턱없이 부족한 숙박시설도 문제로 꼽혔다. 대구 시내 관광호텔은 모두 18곳. 수용인원은 3천700여 명에 불과했다. 반면 대회 기간 동안 하루라도 대구에 머문 내'외국인은 3만6천172명에 이른다. 호텔에는 1만6천434명이 하룻밤 이상 머물렀지만 대부분 선수'임원과 후원사, 취재진들이었다.
더구나 달서구 세인트웨스튼호텔이나 동구 팔공산온천관광호텔, 팔공파크호텔 등에 숙박한 해외 취재진들은 대구스타디움과 멀리 떨어진 탓에 오가는 불편을 겪었다. 대구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해 독일의 방송 관계자 100여 명은 차로 1시간 거리인 경주에 머무르기도 했다.
취재진 일부와 관광객 등 1만9천738명은 모텔을 찾아 헤맸지만 통역 등 외국어 서비스가 전무하고 아침식사 등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 지지프레스의 요코 타다(28'여) 기자는 "유흥가가 밀집한 모텔에 숙소를 잡았는데 방을 들락거리는 남녀와 마주치는 일이 많아 민망했다"며 "시설 자체보다 주변 환경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전국체전과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등 대규모 행사에 앞서 수준 높은 숙박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구대 김병국 교수(호텔관광학과)는 "외국인과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중저가 호텔을 많이 확충해 대규모 행사를 치른 뒤엔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과잉투자 문제와 행사 숙박 수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템플스테이나 고택 체험 등 유'불교 문화자원과 연계한 숙박 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대구만의 관광상품 절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볼 것이 없다'던 대구 관광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특히 대구한방문화 체험과 달구벌문화유적 체험, 사격'승마 체험, 동성로 관광 등 대회와 연계한 특별 관광상품에 906명이 참가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대회 기간 동안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과 대구시티투어, 템플스테이, 한방문화 체험 등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렸다.
대구시에 따르면 가장 많이 찾은 상품은 관광홍보센터에서 운영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다도, 한글 이름 쓰기 등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4천200명이 이용했다. 육상 경기 관람과 연계한 전세기 상품에 570명이 참가했고, 템플스테이(486명), 패션 뷰티 투어(457명) 등도 인기를 끌었다. 전통시장 방문과 근대골목 투어를 연계한 시장 투어 프로그램에는 1천30명이 참가했다. 대구시티투어도 외국인 541명, 내국인 837명 등 1천378명이 이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대구만의 역사성과 특성을 살린 상품에 대한 홍보는 다소 부실했다는 지적도 있다. 경주나 안동 등 경북지역과 연계하는 것도 좋지만 대구만의 '킬러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것.
실제 대구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시장투어'근대골목투어에 참가한 1천30명은 모두 내국인 관광객들이었고, 외국인들은 시티투어와 전통문화 체험 등에 몰렸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제행사를 통해 높아진 지역 인지도를 활용해 웰빙생활, 체험형 관광, 경북과 연계한 문화관광, 문화행사와 컨벤션을 연계한 관광상품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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