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용 팬티공장 건립 소외계층 자활 돕는 안목단 씨

40여년 정성껏 군용 內衣 만들기…"불량품 공급은 한 번도 없어"

"가난한 이웃의 한땀 한땀 정성의 손길로 우리나라 60만 장병들의 팬티를 만들고 있다는 게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사회복지법인 미망인모자복지회 안목단(78) 대표.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전몰군경미망인인 그녀는 1972년 대구 수성구 파동에 민간인으로는 최초로 군용 팬티 봉제공장을 건립해 미망인들에게 봉제교육과 함께 자활의 길을 터준 장본인이다. 1985년에는 지산동에 2공장까지 건립해 현재 매월 전투복 1만7천 벌, 면포플린팬티 10만 장, 면삼각팬티 17만5천 장을 생산해 군에 납품하고 있다. 이곳에서 저소득 모자가정 250여 명이 봉제일을 하며 삶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1970년에 대한민국 전몰군경미망인회 경상북도 지부장을 맡고 있었죠. 당시 미망인들의 연금은 2천원 정도로 너무 적어 힘든 생활이었어요. 그래서 이들에게 삶의 길을 열어주고자 자활 봉제공장을 생각했죠."

당시 안 대표는 한 재일교포가 보내준 성금 90만원을 갖고 공장 건립에 나섰고, 대구시에서는 공동묘지였던 이곳 부지를 내놓았다. 또 2군사령부와 50사단에서는 부지 정지작업을 도와줬다고 했다.

"자활 봉제공장 건립은 고 육영수 여사에게 장문의 호소편지를 보낸 게 결정적이었죠. 육영수 여사는 미망인들의 삶을 돕자며 제일 먼저 재봉틀 보내기로 10계좌(1계좌 2만원) 20만원을 하사했어요. 매일신문도 대대적인 재봉틀 보내기 성금 모금 운동을 펼치며 도와주었죠. 모금 운동에 80여 명이 동참, 102계좌 204만원의 성금이 모였답니다."

육영수 여사는 1972년 봉제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박정희 대통령이 하사한 공장 건립 당시 부채 12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금껏 군납 40여 년 동안 수십 차례 품질 개선이 있었지만 납부 기한을 어기거나 불량품 공급은 한 번도 없었다고 안 대표는 전했다.

"처음 군용팬티는 광목 소재로 미군이 입던 나팔모양이었죠. 팬티끈도 고무 대신 광목끈을 사용했죠. 이 후 품질 개선을 통해 팬티끈은 검정고무, 노란고무 등으로 변천했지요."

안 대표는 1978년 파동에 제1목련모자원, 1983년 지산동에 제2목련모자원을 건립해 불우한 미망인과 저소득 모자가구에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봉제기술 교육과 자활공장 일자리 제공으로 현재까지 263가구 812명을 자립시켰다. 또 2003년 두산동에 모란어린이집을 건립해 목련모자원 입소자와 지역주민들의 자녀를 무료로 보육하고 있다.

"연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6'25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더 못 배운 게 제 인생에 천추의 한으로 남아있습니다."

안 대표는 자신은 공부를 못 했지만 그늘진 이웃들의 학업을 돕기 위해 1988년에 목련장학회를 설립했다. 미망인 가족 자녀를 비롯해 목련모자원 입소 자녀, 공장 종사자 자녀, 주변 불우한 학생을 대상으로 지금껏 25회에 걸쳐 1천388명에게 8억5천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영일군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난 그녀는 펜팔을 통해 학도병인 남편(소령)을 만나 21세 때인 1956년 결혼했고 결혼 6년 만인 1962년 남편이 영천 비무장공비지역 작전수행 중 순직해 미망인이 됐다. 그녀는 젊은 시절 놓친 배움을 이어가기 위해 현재 한남미용정보중'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고 내년에는 대학에 갈 부푼 꿈에 젖어 있다. 눈이 나빠 선생이 읽는 책 행간을 빨리 못 찾아 애를 먹곤 한다는 그녀는 힘이 닿는 데까지 공부해 박사 학위까지 한번 따 보고 싶다고 했다.

"빈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체에서도 사내에 모자원을 만들어 자녀를 공부시키고 일자리를 주는 복지 시스템이 필요해요.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어요. 복지사회로 가는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복지 시스템이 도입돼야 해요."

안 대표는 "앞으로 저소득 가정 학생들의 학업을 돕는 장학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며 "여력이 있으면 외로운 노인들을 위한 노인정도 건립해 보겠다"고 했다. 1970년 전몰군경미망인회 경상북도 지부장, 1980년 전몰군경미망인회 중앙회 10대 회장과 한국여성복지연합회 회장을 2차례 역임한 안 대표는 2000년 국민훈장 모란장, 2009년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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