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이 모처럼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자국으로 돌아가려는 선수와 임원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세계의 '근육'들이 지난 9일간의 '대구의 추억'을 안고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대구 스타디움도 당분간은 침묵을 유지할 것이다. 시민들도 차분하게 평상심을 되찾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구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대회를 개최했다는 자부심과 좀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혼재하면서 시민의식이 성숙해진 것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터득했다. 그 벽은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의 벽이다. 바로 중앙과 지방의 벽이다.
세계화 시대에 중앙과 지방의 구분은 무의미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중앙지배적 사고가 팽배해 있다는 사실을 이번 대회를 통해 절감했다. '지방'에서 뭘 하겠느냐는 다소 폄하적(?)인 중앙 언론 보도는 쪽박을 깨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외국 기자들의 평가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다른 대회보다 경기 운영이 부드러웠다. 스타트 총 오발 사고 등은 다른 대회에서도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 스타디움"이라고 했다. "한국이 세계 정보기술(IT)의 중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인터넷 시설이 완벽했다"는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이런 공치사를 듣고자 하는 얘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구의 미래를 봤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추억'이 아닌 '대구의 추억'을 세계에 심어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세계대회 유치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왜 이 시대의 화두가 '글로벌 마인드'인지 대구시민은 몸소 체험했을 것이다. 무엇을 극복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어렴풋하게나마 방향성을 잡은 것은 큰 수확이다.
이번 대회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대학생이 카페에 남긴 글이다.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들을 직접 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의지를 불타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같이 봉사 활동을 한 좋은 인연들이 가장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정말 재미있었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보다 큰 학습 효과가 어디에 있겠는가.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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