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먹거리·짜장면

"공부는 맨날 꼴찌고요, 결석도 많이 해요." "종호는 땀인지 눈물인지 연신 얼굴을 훔치며 상석이 놓일 아래쪽에 평토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감기 몸살로 몸이 찌뿌둥해서 집에서 쉬고 싶다." "철수는 영희에게 너하고 말을 안 할 거라고 야멸차게 쏘아주곤 했었다." "멀리 경주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조바심을 내며 바둥대고 사는 삶을 되돌아본다." 앞서 예시된 문장에 나오는 '맨날' '연신' '찌뿌둥해서' '야멸차게' '바둥대고'는 본 칼럼에서 잘못된 단어로 고쳐 써야 한다고 했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국립국어원은 8월 31일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많이 쓰이는 39개 낱말을 복수표준어로 새롭게 인정했다. 새로 추가된 표준어 39개 낱말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현재의 표준어로 규정된 말 외에 같은 뜻으로 많이 쓰여 추가된 것으로 간지럽히다, 남사스럽다, 등물, 맨날, 묫자리, 복숭아뼈, 세간살이, 쌉싸름하다, 토란대, 허접쓰레기, 흙담 등 11개 낱말이다. 둘째, 표준어가 아닌 표기가 많이 쓰여 표준어로 인정하기로 한 것으로 짜장면, 품새, 택견 등 3개 낱말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표준어로 규정된 말과는 뜻이나 어감 등에 차이가 있어 이를 별도의 표준어로 인정한 낱말 25개가 있다. 여기에는 걸리적거리다, 끄적거리다, 두리뭉실하다, 맨숭맨숭/맹숭맹숭, 바둥바둥, 새초롬하다, 아웅다웅, 야멸차다, 오손도손, 찌뿌둥하다, 추근거리다, 휭하니, 먹거리, 손주, 뜨락 등 16개와 또 다른 9개 낱말이 있다. 9개 낱말을 따로 구분한 것은 새로이 인정된 것과 기존의 표준어를 구별해 사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인정된 '-길래'는 '-기에'의 구어적 표현, '개발새발'은 개의 발과 새의 발, '나래'는 '날개'의 문학적 표현, '내음'은 향기롭거나 나쁘지 않은 '냄새'로 한정하며, '눈꼬리'는 눈의 귀 쪽으로 째진 부분으로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눈에 나타나는 표정인 '눈초리', '떨구다'는 시선을 아래로 향하다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게 하는 '떨어뜨리다', '메꾸다'는 무료한 시간을 적당히 흘러가게 하다로 빈곳을 채우게 하다의 '메우다', '어리숙하다'는 순박함을 이르며 어리석다는 뜻의 '어리숙하다', '연신'은 반복성을 강조하며 연속성을 강조하는 '연방'과 각각 구별해서 표기해야 함을 염두에 둬야 한다.

언어는 변하게 마련이다. 그 때문에 국립국어원에서 많은 국민이 사용하는 여러 단어를 새롭게 표준어로 인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해진 규칙에 많은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우리말의 문법을 더욱 복잡하게 할 뿐이다. 국립국어원은 차제에 문법적으로 옳지 않은 낱말이 널리 사용돼 또 예외를 인정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표준어를 널리 알리고 정착시키는 것이 급선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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