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광주에서 열린 '아트광주'에 참여하고 왔다. 사실 이번 아트광주 2011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주최가 비엔날레재단에서 문화재단으로 이관되면서 아주 짧은 기간과 예산부족, 운영위원 선정, 스폰서의 섭외, 지역미술인들과 크고 작은 마찰이 많아 최소 6개월 전부터 준비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은 출발로 '아트광주'개최가 불확실 했다. 광주는 미술시장이 탄탄한 것도 아니요, 광주 컬렉터들의 타지역 작가 작품 구입이 극히 부진하고 작품가의 할인요구가 엄청나 화랑의 입장으로서는 메리트가 없던 아트페어였다.
그러나 주최 측은 과감히 차별화된 전략으로 다른 아트페어와 달리 부스비 500만원를 파격적으로 무료 제공하면서 화랑을 공개 모집하지 않고 주최 측의 성격에 맞는 화랑들을 초대형식으로 섭외하였다. 부스비 무료는 아트광주에 참여를 꺼렸던 많은 화랑들이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그 대신 초대받는 화랑들에게는 백화점식 많은 숫자의 작가 참여를 원치 않았고 젊은 화가들을 배정하도록 하였으며 퀄리티 높은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영국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유능한 아트디렉터가 해외와 메이저급 국내 화랑들의 작품을 유치 전시하여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또한 부대행사로 유럽 미술시장의 가장 일선에 있는 런던소더비 아트비지니스 회장 이안 로버트슨, 런던 도이치뱅크 컬렉션 겸 디렉터 알리스타 힉스 등 여러 명을 초빙하여 '글로벌 미술시장의 현주소'. '미술시장의 국가의 역할', '아시아 현대미술의 방향' 등 흥미 있는 제목으로 아트마켓 강의를 2일간 개최하여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첫날 오픈식 이후 광주광역시장이 국내'외 화랑대표, VIP, 컬렉터들을 홀리데이인 광주 호텔에 초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함께 어울려 디너파티와 공연을 즐기는 모습은 대구에서는 상상도 못한 부러운 광경이었다.
주최 측은 행사의 부족한 예산을 타개하기 위하여 크라운해태와 패션브랜드인 MCM을 스폰서로 모셔 내실을 기하면서 고급스러운 VIP 라운지는 전시장 중앙에 배치하여 감각적이고 트렌디하게 꾸며 모든 차와 음료를 무료 제공하면서 VIP를 격이 다르게 대접했다. 구매력 있는 MCM의 VIP를 아트페어로 초대하여 아트디렉터가 직접 모시고 다니며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은 작품거래가 이루어져야 하는 아트페어에서는 탁월한 전략이었다.
또한 광주시와 재단 측에서는 광주소재 큰 기업의 대표와 거물급 컬렉터들을 직접 초청해 모시고 다니면서 좋은 작품을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재일교포이며 유명한 컬렉터인 하정웅 씨가 첫날 천경자의 판화작품을 7점 구입을 필두로 전시기간 내내 상당한 작품이 거래되는 것을 목격했다. 광주의 기업인들이 이번 아트페어를 방관하지 않고 적극 참여함으로써 광주 미술시장의 가능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 같다. 마지막 날 작품 구입 예산 5천만원을 긴급히 배정하여 조금이라도 작품을 더 구입해 주는 광주시와 광주시립미술관의 노력은 아름다워 보였다.
서울과 달리 열악한 환경에서 개최되는 대구아트페어가 성공하려면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하여야 할 시점에 왔다. 이제는 지방 아트페어가 어떻게 개최되느냐에 따라 도시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일주일 후 창원에서도 아트페어가 열리고 내년 초에는 부산에서도 아트페어가 열린다고 한다. 이왕에 시작한 대구아트페어에 예산을 과감히 증액하여 새로운 전략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3류 아트페어로 전락하여 미술도시 대구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화랑과 화가들 수가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수준 높은 아트페어를 통하여 대구시와 문화재단, 기업인, 컬렉터, 미술인, 화랑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명품 대구아트페어를 새롭게 만든다면 지역 경제에도 지역 미술인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대구미술도 이제는 훨훨 세계로 뻗어나가게 될 것이다.
이상래(예송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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