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뮤지컬의 도시 안동

박정희 원광대 외래교수

안동은 좀 특별한 고장이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간판이 어울리는 곳이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 속의 한국'(Korea in Korea)이라고 칭찬한 곳이다. 그런 전통 도시 안동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첨단 종합예술의 하나인 뮤지컬 공연이 안동에서 흥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8월 24일 뮤지컬 '왕의 나라'가 안동민속촌에서 초연되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캄캄한 야외무대인데도 비옷을 걸친 2천 명 넘는 관객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대부분 아마추어 시민인 출연자 300여 명이 몇 달 동안 밤낮없이 연습에 몰두하여 만들어낸 야심찬 무대였다. 공민왕의 몽진(蒙塵:피란)과 민중들의 희망이야기를 담은 이 공연은 28일까지 닷새 동안 2만8천여 명이나 몰리는 성황을 보였다.

안동은 어느새 뮤지컬의 도시가 되어 가는 듯하다. 안동의 역사 문화는 뮤지컬의 훌륭한 소재가 된다. '부용지애'는 하회마을의 부용대를 배경으로 하회탈춤과 선유줄불놀이를 재현해 낸 실경뮤지컬이다. 퇴계 이황과 두향이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담아낸 '450년 사랑'은 고택에서 공연되면서 운치와 실감을 더했다.

'락 - 나라를 아느냐'는 9월 7일 국회 한옥 사랑재에서 공연되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일본에게 나라를 잃고 24일을 굶어서 순국한 이만도(李晩燾)의 이야기와 일제에 항거하다가 두 눈을 잃은 그의 며느리 김락(金洛)의 절규가 스토리의 중심이다. 애국심을 예술로 표현하니, 관객 모두 울먹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뮤지컬의 도시를 꿈꾸는 안동은 이제 중국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인상(印象)시리즈'를 따라잡아 간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총지휘했던 유명 감독이 중국 정부와 공동으로 중국의 명산과 호수, 관광지를 무대로 그 지역의 민화나 전설을 쇼로 만든 뮤지컬이 인상 시리즈이다. 지금까지 꽝시성 꾸이린의 '인상 류산지에'(劉三姐), 저장성 항저우의 '인상 시후'(西湖), 윈난성 리장의 '인상 리장'(麗江), 푸젠성 우이산의 '인상 다훙파오'(印象大紅袍) 등이 공연되었다. 1천여 명의 지역주민이 주요 출연진이지만 최고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무대, 조명 등을 맡게 하여 작품성을 높였다. 야외무대에 설치된 3천여 객석이 연일 매진되어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안동은 작년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유산도시가 되었다. 이에 걸맞은 문화를 창출하여 세계의 손꼽히는 유명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유교문화를 제대로 간직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 민중이 즐길 만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인상시리즈가 시후(西湖)의 풍경과 다홍파오(大紅袍)라는 중국 명차를 세계에 선전했듯이, 세계인의 가슴을 움직일 만한 전통적인 소재 발굴, 지역민의 주체적 참여와 함께 첨단 기법을 도입하여 예술적 가치가 있는 뮤지컬을 만들어 보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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