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IMF 잘되니 서울이 배아파?…서울서도 "열겠다"

"5년 공들였는데…위축 우려"

"5년 동안이나 대구가 공들여 키운 뮤지컬축제, 서울에 뺏기고 마나?"

국내 유일의 뮤지컬축제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5회째를 넘어가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느닷없이 서울에서도 뮤지컬페스티벌을 열겠다고 나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뮤지컬 배우'연출'제작진 등 인적 인프라는 물론 공연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서울에서 뮤지컬축제가 열릴 경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게 뻔해 지역 문화계에서는 "어려운 여건에서 대구가 애써 키워놓은 축제를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훼방만 놓는 처사"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이사장 송승환)는 내년 8월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제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을 열기로 하고 최근 서울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과 MOU를 맺고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약 1주일 정도 열릴 것으로 보이는 이 축제는 국내 창작뮤지컬 중심의 행사로 상당수 뮤지컬인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현재 창작 쇼케이스 공연과 갈라콘서트 등이 메인행사로 추진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행사 성격과 세부 프로그램을 논의 중이며 예산은 3억~5억원 정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뮤지컬협회 김순국 사무국장은 "10월쯤 구체적인 방안과 예산 등이 나올 것 같다"며 "대구에 DIMF가 잘 치러지고 있어 서울에서도 한 번 해보자는 입장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5회째를 치른 DIMF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지난해 대회 때는 총 22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해외초청작 4편, 공식초청작 9편, 창작지원작 6편 등 모두 26개 작품을 선보였고 올해는 14억원의 예산이 들어가 국내외 총 18편의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등 대구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뮤지컬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역 뮤지컬계 한 관계자는 "DIMF가 국내에서 뮤지컬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을 선점했고 국내에 유일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이 생길 경우 독점성이 사라지고 모든 관심이나 정부 지원이 서울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은 창작뮤지컬 중심이라 DIMF와 성격이 달라 큰 영향은 없겠지만 앞으로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이 규모가 커지면서 어떻게 방향을 잡느냐가 문제"라며 "서울에 뮤지컬축제가 생기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지리적 이점이나 맨파워 등으로 인해 서울 쪽으로 제작사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렇게 될 경우 DIMF는 경쟁 체제에 돌입하게 되고, 작품 섭외나 선정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돼 자칫 DIMF가 지역 축제로 전락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방송예술학부 교수는 "DIMF가 5회까지 오면서 조금씩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다. 영국의 에든버러처럼 대구가 확실한 뮤지컬의 아트마켓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체성을 공고히 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공연기획사 파워포엠 최원준 대표는 "한국뮤지컬협회라는 민간에서 진행하는 축제이니 만큼 개최 여부를 제어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서로 만나 축제를 차별화하는 방안을 찾고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등 DIMF와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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