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악수 유감(遺憾)

인사는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예의범절이다. 평소 익히 아는 사람이나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나는 경우, 인사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각양각색이다. 아프리카의 마사이 부족은 서로 침을 뱉고,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손님을 환영하는 표시로 서로 코를 두 번씩 비비는 코 인사를 한다. 콜롬비아나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나라에서는 서로 껴안고 키스를 한 후 친근함의 표시로 어깨를 몇 번 두드린다. 또한 서양에서는 악수나 포옹, 볼 키스 등이 대체적인 인사법이다.

오늘날 우리의 생활현장에서도 통용되는 인사법인 악수는 본래 중세 유럽에서 낯선 사람끼리 맞닥뜨렸을 때 상대방에게 적의가 없음을 나타내는 보디랭귀지의 한 방법이었다. 사냥이나 전쟁을 하러 나갔을 때 우호적인 상대방을 만난 경우, 오른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버리고 대신 손을 내민 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유래를 가진 악수는 나라와 문화를 불문하고 현대사회에서 가장 일반적인 인사법이지만,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따른다. 일반적으로는 상대방의 손을 적당한 힘으로 잡은 뒤 두세 번 가볍게 흔드는 것이다. 이때 상대방의 눈을 자연스럽게 쳐다보며 웃는 얼굴로 인사말을 건넨다면 더욱 예의를 잘 갖춘 모습이 된다.

언젠가 아내로부터 악수에 대해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섬기는 교회의 어느 여성도가 다른 사람은 자기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아서 섭섭하다는 것이었다. 내 상식으로는 어른이나 여성이 먼저 악수를 청하는 것이 일반적인 악수예법이라서 그랬다고 변명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또 한번은 악수와 관련해 황당한 일을 당한 적도 있었다. 모처럼 문화 행사에 초대받아 아내와 함께 공연장에 갔을 때였다. 시작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도 공연장 출입구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어 우리도 그 끝에 서서 기다렸다. 그때 마침, 잘 아는 행사 주최 측 인사 중 한 분이 내 곁을 지나갔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달려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손끝만 내밀고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 두리번거렸다. 순간 불쾌하고 황당함을 느꼈지만, 정신없이 바쁘니까 그렇겠지 생각하며 가까스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본 아내의 표정이 영 밝지 못했다. 저런 사람한테 무엇 때문에 달려가 반갑게 인사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당신은 항상 상대방에게 예를 갖추어 성의 있게 인사를 하라"는 충고까지 들었다. 그 날 이후 언제, 어느 곳에서나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깍듯이 예를 갖추려고 늘 신경을 쓰고 있으니, 그 일이 내게는 반면교사(反面敎師)되고 있다.

권 영 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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