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엇비슷한 일상을 보내면서, 우리는 '권태'를 이야기한다. 삶의 지루함, 따분함, 게으름은 권태로움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매일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 바쁜 일상에서 권태란 '없애버려야 할 호사스러운 감정'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이 책은 '권태'라는 감정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다. 권태는 '실존적 권태'와 '단순한 권태'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은 예술가들이 '실존적 권태'를 중요하게 다루어왔다면 저자 피터 투이는 일상에서 만나는 단순한 권태를 다룬다. 실업이나 주택 문제처럼 간단하고 단순한 권태에 대해서도 실존적 권태 못지 않은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권태가 3천년 이상의 역사 속에서 항상 존재해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비평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평범하고 유익한 감정이라고 말한다. 단순한 권태는 우울과 화를 부르긴 하지만 삶의 황폐함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는 것이다.
영국 화가 프레데릭 레이턴의 '고독', 에드가 드가의 '다림질하는 여인들' 등 회화뿐만 아니라 안톤 체호프도 권태를 다룬 작품을 발표했다.
저자는 권태가 혐오에서 멜랑콜리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상태를 포함하는 단어라고 주장한다. 권태라는 개념이 18세기 무렵 여가에 대한 새로운 기회들과 함께 생겨난 특정한 종류의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권태를 만만하게 보지말라고 조언한다. 어떤 정서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바로 이 정서들을 통해 세상을 알고 또 스스로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288쪽, 1만5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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