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동천동 표암(瓢巖)에서 명문과 불전, 3층목탑, 당간, 불번, 산문 등이 바위 표면에 새겨진 1천269년 전의 마애암각화(사진)가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표암 마애암각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당간 그림이 새겨져 있고, 사찰 중요 행사 때 당간지주에 내걸었던 깃발인 불번(佛幡)이 국내 최초로 발견돼 국보급 자료로 평가된다.
이 암각화는 전체 규모가 가로 1.5m, 세로 1m로, 높이 2.3m의 가로 2m 바위에 음각(갈아내기 기법)으로 새겨져 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절의 입구인 산문(山門), 당간지주(幢竿支柱), 명문 12자 '天 寶 二 年(?) 月 夫 今(令) 子 上 世 也(?)', 삼층목탑, 불전(佛殿), 승상(僧像)이 차례로 새겨져 있다.
승상은 높이 24㎝, 어깨 폭 9㎝로 합장한 모습이며, 불전은 기단이 생략된 중층 건물(추정)로 용마루와 치미가 표현돼 있고 건물 내부에 불상이 있다. 불상은 육계가 표현돼 있고 수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합장 형태다.
탑은 삼층목탑이며 상륜부에 찰주와 노반, 복발, 보주, 용차 등이 표현돼 있고 옥개부 양쪽에는 풍령이 음각돼 있다.
당간지주에는 기단이 없으며 중앙부 양옆을 가로지르는 당간걸이가 보인다. 당간 끝에 불번을 걸어 놓았다. 불번은 오른쪽 아래로 날리는 듯 선각돼 있으며 산문은 당간지주 오른쪽 아래에 위치해 두 개의 기둥과 지붕을 선각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당간 그림이 새겨져 학술적 가치가 높은 이 암각화는 풍화 마모가 심각해 보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화백회의를 통해 신라 건국이 의결된 역사적 장소인 표암은 경주 이씨 혈맥의 근원이다. 표암이란 '박바위' '밝은바위'를 뜻하는데, 신라 6촌 가운데 알천 양산촌의 시조 이알평이 이 바위에 내려와 세상을 밝게 하였다 하여 표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위덕대 박물관과 표암화수회(재단이사장 이상록)는 "표암을 뒤덮고 있던 나무를 제거하던 중 지상에서 5m 높이에 있는 서쪽 바위에서 743년(통일신라 경덕왕 2년)에 새겨진 마애 암각화를 최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홍국 위덕대 박물관장은 "표암에 새겨진 명문 12자 중 연호로 추정되는 '천보이년'(天寶二年) 글씨가 뚜렷한데, 이는 743년을 뜻한다"며 "특히 사찰에서 중요한 행사 때 당간지주에 내걸었던 깃발인 불번이 국내 최초로 발견돼 국보급 자료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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