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이자 동지인 두 감독이 최고의 자리를 놓고 적으로 만났다.
한국시리즈서 만난 삼성 류중일(48) 감독과 SK 이만수(53) 감독대행은 대구중과 한양대 선후배 사이다. 현역시절, 삼성에서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 동지이기도 하다. 이 감독이 지나간 길을 류 감독이 따라갔다. 고교 때는 경북고와 대구상고(현 상원고)로 갈렸지만 나이가 5년이나 차이 나 둘이 학교를 함께 다닌 적도 경기장에서 서로 마주할 기회도 없었다.
프로에서도 한팀에 소속돼 서로 같은 방향만 바라봤다. 그러나 올 시즌, 두 감독은 적장이 돼 서로의 아성을 무너뜨려야 승자가 되는 운명적인 대결을 펼치게 됐다.
24일 열린 미디어데이의 관심은 서로에게 칼을 겨뤄야 하는 두 감독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두 감독은 기선제압을 하려는 치열한 입심을 자제했다. 서로를 치켜세우며 선후배간 덕담을 주고받았다. 먼저 류 감독은 "내가 더 나은 점은 일찍 감독이 된 것밖에 없다. 나는 술, 담배를 하는데 이 감독은 전혀 안 하신다. 훈련하는 자세가 프로로서 만점이다"고 말하자 이 감독은 "류 감독은 현역 때 센스와 동물적 감각을 자랑하는 최고의 유격수였다. 지금 필요한 선수를 한 명 고르라면 류 감독을 선택한다. 그만큼 유격수로는 최고였다. 이런 후배가 있다는 것이 선배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번엔 류 감독이 "경기할 때 보면 액션도 크고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격려하신다. 단점은 전혀 안 보인다"고 운을 떼자 이 감독은 "나는 감독 대행이다. 감독으로 류 감독이 훨씬 월등하다. 류 감독은 '초짜'라는 단어가 전혀 안 어울린다. 배짱과 투수 기용 등이 베테랑 감독 같다"고 응수했다.
서로를 칭찬하는데 열을 올린 두 사령탑이지만 속내는 서로 우승을 향했다. 류 감독은 "팽팽한 승부가 펼쳐지겠지만 최종 승리는 삼성이 될 것이다"며 우승을 자신했다. 이 감독은 "두 팀 다 투수력을 앞세운 팀이지만 화끈한 타격전이 되도록 선수들에게 부탁하겠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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