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자동화시스템을 전공하는 김도윤 군은 2학년인데도 벌써 취업이 확정됐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장학생으로 선발한 전국의 마이스터고 1학년 113명에 포함돼 장학금 500만원과 졸업 후 입사 특전을 받은 것. 입사 후 연봉은 대졸 신입 사원의 75% 정도지만 3년 후에는 임금 수준이 비슷해진다. 김 군은 "대졸자도 들어가기 어려운 기업의 장학생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고 말했다.
대구 특성화고(옛 전문계고) 신입생 모집(11월 28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특성화고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취업률과 입학성적 동반 상승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성적 우수 학생들이 '선 취업 후 진학'을 목표로 특성화고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15일 현재 대구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28.6%.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 늘었다. 제일여자상업고등학교는 4년째 취업률이 60%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2010학년도 졸업생 취업률은 61.92%. 대구에서 유일한 마이스터고인 경북기공의 2007학년도 졸업생 취업률은 16.41%였으나 2010학년도 졸업생 경우 23.8%까지 올랐다.(표1)
제일여상은 방과후학교를 통한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유명 기업 CEO, 취업 선배들을 초청해 수시로 특강을 갖고 있다. 이곳 석종륜 교장은 "진로 설정에서부터 취업 서류 작성과 면접 교육, 직장 예절까지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는 것이 취업 경쟁력이 높은 비결"이라고 했다.
특성화고 입학생들의 성적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북기공은 2008학년도 신입생의 평균 성적은 중학교 내신성적 기준으로 70.87%였으나 2011학년도에는 43.21%까지 당겨졌다. 제일여상 역시 2009학년도 55.06%이던 평균 성적이 2011학년도에는 50.59%까지 당겨졌다.(표2)
27일 합격자를 발표하는 경북기공 경우 올해 지원자들의 평균 내신성적이 40.5%였다고 밝혔다. 경북기공 이상배 교장은 "합격 가능선이 지난해(기계 56.9%, 메카트로닉스 53.9%)보다 5~6%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성화고, 경쟁과 체질 개선
올해 17명의 재학생을 금융권에 취업시킨 경북여자상업고등학교 최순희 교사는 "특성화고마다 학생들을 좋은 기업에 취업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며 "목표가 분명한 학생은 반드시 3년 후에 일반계고 학생들 부럽지 않은 결과를 거둘 것"이라고 했다.
특성화고의 분발이 두드러지자 시교육청도 특성화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제 개편을 돕고 있다. 시교육청은 다음 달 28일 특성화고 18곳의 원서를 접수할 때부터 전공과 지망 횟수를 세 번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가령 A학생이 7개 전공과를 운영하는 B고교에 지원할 경우, 예년에는 7개 전공과를 모두 지망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1~3지망까지만 지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 선호도에서 밀리는 전공과는 정원 미달로 폐지되거나 담당 교사들의 분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원자가 많은 전공과에는 실습 기자재를 지원하는 등 행'재정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것.
시교육청 과학인재육성과 김규욱 산업교육 담당 장학관은 "고졸 채용 확대 추세가 이어지려면 특성화고들도 백화점식으로 전공과를 운영하는 데서 벗어나 자기 브랜드를 갖고 우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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