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發 정치요동, 대구경북도 흔든다

'한나라 간판' 위기 점증, 안철수 바람 실체 확인

대구 서구청장 강성호
대구 서구청장 강성호
칠곡군수 백선기
칠곡군수 백선기
울릉군수 최수일
울릉군수 최수일

10'26 재보선이 한국 정치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서울시장에 '범야권 단일후보'라는 간판으로 나선 박원순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장악해 온 기존 정치판은 무너져내렸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도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게 힘없이 깨졌다. 박 전 대표가 우려하던 정당정치의 위기가 현실화된 것이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되면서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사활을 걸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정치권은 대대적인 재편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판으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제3신당' 창당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안 교수가 막판 개입한 서울시장 보선은 '안철수 바람'의 실체를 확인해줬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을 제외하고 대구 서구청장과 칠곡군수 및 부산 동구청장 등 후보를 낸 전 지역에서 승리했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적극적으로 지원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의 전면에 내세운 박근혜 전 대표가 수도권에서 판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면서 새로운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이끈 홍준표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운 한나라당 체제와 20~40대의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점증하면서 대대적인 쇄신 요구에 직면해 있다.

홍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확정된 뒤 "기초단체장 선거 8곳에서 완승했기 때문에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전체적으로 선거를 이겼다, 졌다고 할 수 없다. 앞으로 수도권 대책에 집중하겠다"며 기존 지도체제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내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대세론이 무너진 박근혜 전 대표를 대신할 수 있는 안철수 교수에 대적할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내홍은 야권 역시 마찬가지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들어 낸 민주당은 범야권의 중심축이 되지 못하면서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은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민주당과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및 시민사회세력을 아우르는 범야권 통합기류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신당이 중심축이 되거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나설 경우,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구야권은 주도권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정치권의 쓰나미는 강 건너 불구경하던 대구경북 정치권에도 몰려오고 있다.

대구 서구청장과 칠곡군수 및 울릉군수 선거는 한나라당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이미 반(反)한나라당, 비(非)한나라당 분위기는 낮은 투표율에서 확인됐다. 특히 서울 수도권에서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바람은 대구경북 정치권에도 신진정치세력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대신 안철수 신당 쪽으로 출마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진 마당에 기존의 패러다임을 고집할 경우, 대구경북 정치권의 고립을 자초할 수도 있다. 시금석은 내년 총선 공천이다. 한나라당의 한 중간 당직자는 "창당한다는 심정으로 정당정치의 근본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은 존립기반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며 위기의식을 표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선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레임덕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초반 돌출한 내곡동 사저 문제가 선거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민심 이반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장악력도 급속하게 약화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민심을 반영,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재보선 직후 처리하기로 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도 동력을 잃었다. 야권의 물리적 저지를 뚫고 여권이 강행처리를 시도하기에는 무리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이번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국정쇄신 분위기를 위해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핵심 참모진 교체와 일부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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