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KS 관전평] 삼성 중심타자 헛방망이질…유니폼 매무시 고쳐야할 때

야구만큼 아이러니(irony)한 게임은 없을 것이다.

야구는 근본적으로 9명이 1명을 이길 수 없도록 설정해 두고, 이를 극복하게 만든 게임이다.

1명의 투수에게는 구종과 구속 및 코스뿐만 아니라 인터벌, 위협구 등에 대한 모든 선택권한을 주면서도 타자에게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가운데 한 가지 권한만 부여할 뿐이다.

오직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별해 볼넷으로 출루하거나 안타를 쳐내는 길뿐이다.

물론 몸에 맞는 볼이나 스트라이크 낫아웃 같은 예상치 못한 경우도 발생하지만 출루나 타점을 목표로 하는 타자의 입장에서는 상대의 의도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최고의 수비수를 뚫고 안타를 만들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니 말이다.

무협지나 만화에서처럼 한 명이 수많은 적을 상대해 이겨내는 통쾌함과 역설이 현실에서 존재하는 것이 바로 야구다. 6개의 안타를 치고도 한 점도 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한 개의 안타 없이도 대량득점이 가능한 것도 또한 야구이니 아이러니 그 자체인 것이다.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삼성과 SK는 아이러니한 야구의 진수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3차전 3회 만루의 위기에서도 중심타선을 맞아 유인구로 승부한 SK 선발투수 송은범의 자신감은 돋보였다. 마치 타자의 속을 들여다보듯 스트라이크존에서 변화하는 볼로 중심타자를 유린했다.

이는 타자들이 베테랑 투수에 대해 쉽게 공략할 것으로 믿고 깊은 연구와 진지함이 부족한 결과다.

특히 찬스에서 자신의 스윙을 하지 못하는 삼성 3번 타자 채태인의 타순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단기전이니 만큼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면 빠른 처방이 요구된다.

어차피 한두 점의 승부라면 찬스를 살리면 이기는 것이고 살리지 못한다면 지는 것이다.

SK는 삼성과 마찬가지로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방패'의 팀이다. 이 벽을 넘기 위해서는 과감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주루플레이가 동반되어야 한다.

3차전을 통해본 SK는 결코 흐트러지지도 지치지도 않았다.

삼성이 다시 유니폼의 매무시를 고쳐야 할 때이다.

최종문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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