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편견만은 버려 주세요."
29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 도로. 대형 무지개 깃발과 피켓을 든 40여 명이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 사자, 양철 나무꾼 복장을 한 채 행진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도 쪽 1개 차로를 점거한 채 "성 소수자들이 힘낼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외쳤다. 시민들 중 상당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이들의 목소리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29, 30일 '제3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열렸다. 지난 2009년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처음 열려 3회째를 맞은 올해는 축하 공연 및 홍보 활동, 퍼레이드, 영화 상영 등이 진행됐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로는 대구가 유일하다.
'퀴어'(queer)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적 소수자를 뜻하는 말이다.
시민들은 '보수의 도시' 대구에서 성 소수자를 위한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에 다소 놀랐다.
대학생 딸과 함께 행사를 지켜보던 김현화(51'여'동구 지저동) 씨는 "성 소수자들을 위한 축제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며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점점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사회가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교복을 입고 공연을 지켜보던 석다나(18'구암고 3) 양도 "TV나 영화에서만 인정할 게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만큼 성 소수자들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했다.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여섯 색깔 무지개' 깃발을 흔들던 영국인 에이미 안나(21) 씨는 "유럽의 어느 한 국가에선 성 소수자가 대통령에 출마한 적도 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뀔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에서 온 강상미(가명'39) 씨는 나비 모양의 가면을 쓴 채 사람들에게 홍보용 전단지를 나눠 주었다. 그는 "이런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우리의 목소리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준다는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아직까지는 가면을 쓴 채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이 가면을 벗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1회 때 5명에 불과하던 참여자 수가 해마다 늘고 있어 기쁘다. 아직까지 기성세대들은 관심이 적지만 젊은 층의 반응이 좋은 만큼 앞으로도 성황리에 축제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