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사랑하며 산과 함께했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일 오후 대구대 경산캠퍼스 학생회관 1층 로비. 200㎡(60평) 남짓한 공간에 국화향 가득한 화환과 화분이 주변을 둘러쌌다. 흰 제단 위는 각종 과일과 꽃들로 빈틈없이 장식됐고 제단을 감싸고 있는 화환 사이로 산을 배경 삼아 환히 웃고 있는 영정사진 3개가 눈에 띄었다.
잠시 후 검정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 10여 명이 국화 한 송이씩을 손에 들고 제단 앞에 섰다. 조문객들은 한동안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고개를 떨군 채 묵념을 하고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오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려다 실종된 신동민(37) 대원 분향소가 대구대에 설치돼 많은 이들이 조문했다. 신 씨는 이 학교 심리학과(94학번) 출신으로 산악부에서 활동한 지역의 대표적인 산악인.
조문객들은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대구대 산악부 김민지(25'여'경제학과 4) 씨는 "신동민 선배는 우리 산악부의 자랑이었다. 돌아가셨다는 게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다. 곧 살아 돌아오실 것만 같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장민영(23'여'영어교육학과 4) 씨도 "신동민 씨가 모교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조문을 드리고 나니 더욱 존경스럽고 슬프다"고 했다.
신 씨와 함께 생활했던 지인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산악부 출신으로 고인의 선배였던 류병윤(50'동구 입석동) 씨는 신 씨를 타고난 산악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1995년 당시 동아리 실력 향상을 위해 학교 안에 간이 인공암벽을 만들었는데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설치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애초부터 큰 산악인이 될 줄 알았다"며 "살아 있었다면 우리나라 산악계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이었다. 큰 인재를 잃은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신 씨가 산악부에 있을 때 지도교수였던 유병제 교수(생명과학과)는 "졸업 후 해외 원정을 떠날 때에도 항상 학교를 찾아 와 안부를 묻던 착실하고 예의 바른 제자였다"며 "진심으로 산을 사랑하고 산과 함께하길 원했던 진정한 산사나이"라고 말했다.
대구대 산악회장 김진성(26'환경교육 3) 씨는"재학생들에게 항상 입버릇처럼 자랑하던 선배였다. 비록 선배는 떠났지만 그 정신은 후배들에게 계속 전해주겠다"며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까지 올라가 선배가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 드릴 예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신동민 대원과 함께 실종됐던 박영석(48) 등반대장과 강기석(33) 대원의 합동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서울대병원에서 산악인장으로 엄수된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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