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3일 발표한 전국 113개 대학의 재정 운영 감사 결과 상당수 대학에서 각종 탈법행위와 비리가 저질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 결정 이후 등록금 인하에 대한 정부와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감사결과가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를 가속화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영남대는 교직원이 수십여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영남대 산학협력단의 전 팀장 A씨는 2004년부터 연구비 계좌를 관리하면서 기업체로부터 받는 연구비를 공식 계좌에 넣지 않고, 100여 개에 달하는 대학 명의의 중간계좌를 통해 받은 뒤 동생 명의의 계좌로 입금 후 인출하는 수법으로 올 6월까지 총 30여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측은 "비공식계좌인 중간계좌를 개설토록 하고, 계좌 관리를 A씨 한 사람에게만 맡기는 등 대학 스스로 회계부정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대학의 회계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영남대는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실시했지만, 지난 8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기 직전 A씨 스스로 비리 사실을 대학에 털어놓고서야 비로소 횡령 사실을 알 정도로 허술하게 회계 관리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영남대는 올해 지역 4년제 대학 중 유일하게 등록금을 인상(2.8%)한 터여서 '안에서 새는 비리를 잡지 못한 채 학생들에게 재정 부담을 전가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남대 관계자는 "사건이 불거진 이후 외부 회계 감사를 강화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이 내년 2월 학내 등록금 심의를 앞두고 등록금 인하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 감사에서 영남대 이외에도 이사장, 총장 등 경영주체에 의한 교비 횡령, 교수의 국고보조금 빼돌리기, 감독기관의 금품 수수 등 50여 개 대학의 탈법'비리 행위를 적발, 90여 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자의적인 예산 편성으로 매년 평균 187억원의 예'결산 차액을 등록금으로 충당해 온 사실도 이번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표본 조사한 대학 35곳의 최근 5년간 예'결산 분석 결과 대학별로 연평균 187억원의 차액이 발생, 사실상 15% 안팎의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의 허술한 재정운영도 심각한 상태다. 그동안 대학들이 열악한 재정을 내세우며 등록금 인하 요구를 거부해왔지만, 뒤로는 자의적인 예산편성과 회계처리 관행 등을 통한 등록금을 과대 책정하거나, 대학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교비로 부담시킨 사실이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 대거 적발됐기 때문이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이번 감사에서 횡령, 배임 등 비위사실이 적발된 35개 대학의 실명을 공개하라. 아울러 전국의 35개 표집 대학을 제외한 4년제 160여 개 대학과 140여 개의 전문대학까지 모두 조사해야 한다"며 "대학들이 건전한 재정운영을 통해 등록금 인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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