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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의 시와 함께] 저수지 관리인(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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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이야 오랫동안 잔상으로 글썽거리겠지만

저수지가 큰 외눈 천천히 닫아가는

저장의 이 한때가 나는 좋다

방죽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캄캄해지기를 기다려야 비로소 하루가 마감되는

이런 무료라면 직업은

향기에 향기를 덧보태는 일,

기껏 손바닥만한 저수지나 관리하는 일과지만

천품을 헤아려서 주어진 것

아침부터 철새 떼가 내려앉았으니 지금은 늦가을

저수지는 털가죽보료를 펼쳐

구름들을 주워 담는다 고요한 일렁임이

기슭을 깨울까말까 수면을 뒤덮고 가지만

나는 또 물비늘 거슬러 오르는 상류 쪽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서

물결무늬가 안심하고 갈대숲에 드는 것을 지켜본다

밤은 누구에게나 발설되지 않은

저수지의 사원이 저를 일으켜 세우는 시간

(……하략……)

저수지가 천천히 외눈을 닫아거는 저녁, 그 저수지를 성심성의껏 보살피는 관리인의 천품이 수면 위에 잔상처럼 글썽거리는 이 시가 나는 정말 좋다. 저수지와 저수지 관리인의 말없이 주고받는 행위가 이런 정도라면 삶은 설명할 필요 없이 고요하고 해석할 필요 없이 아름답겠다.

하루 종일 저수지를 기웃거리는 것은 철새 떼와 구름들. 어떤 일렁임이 저수지를 깨울까 염려되어 자전거를 끌고 상류 쪽으로 가서 물결무늬가 안심하고 잠드는 것을 보는 시인의 개결한 천품, 이것을 향기라 하겠다.

이 시인의 시가 주는 곡진한 사유의 안팎, 오래고 외로운 관찰이 바탕인 시에 문득 생각나는 구절. "시는 모든 맑은 물들 가운데서 다리의 그림자에 가장 덜 지체하는 물"이라는 르네 샤르의 말이 적실하게 스치며 간다. 수면에 어둠이 차오르는 지금은 아픈 늦가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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