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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아로마오일…' 수능선물 진화 '엿→화장지→실속'

시대에 따라 대입 응원 선물도 변화하고 있다. 올해는 수시로 대입이 결정된 입시생들이 많은데다 빼빼로데이에 밀려 수능 대목이 예전 같지 않다. 동아백화점 제공
시대에 따라 대입 응원 선물도 변화하고 있다. 올해는 수시로 대입이 결정된 입시생들이 많은데다 빼빼로데이에 밀려 수능 대목이 예전 같지 않다. 동아백화점 제공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수험생을 위한 선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69년 예비'본고사 등장 이후 학력고사, 수능으로 대입시험이 바뀌면서 선물도 함께 변해왔다. 최근에는 대학 입학에서 수능보다 수시의 비중이 커져 유통업계의 수능 대목 분위기도 갈수록 사그라지고 있다.

대학입시 응원 선물의 시작은 엿이다. 시험에 붙는다는 의미를 지닌 엿은 선물로 주거나 자녀가 시험을 보는 고사장 교문에 엿을 붙여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969년 예비'본고사를 시작으로 1992년에 치러진 학력고사까지는 원하는 대학에 원서를 쓰고 시험을 치러 당락을 결정짓는 '선지원 후시험' 방식이었기 때문에 지원한 대학에 붙느냐 떨어지느냐가 핵심이었다. 이 때문에 지원한 대학에 붙으라고 엿이나 찹쌀떡 등 차진 음식들이 선물로 각광을 받았다.

1993년부터 수능이 등장하면서 대입시험은 '선시험 후지원' 방식으로 바뀌었고, 시험을 잘 보라는 의미가 담긴 재밌는 아이디어 상품들이 줄지어 나왔다. '문제를 잘 풀라'고 화장지, '시험을 잘 보라'고 거울, '모르는 문제를 잘 찍으라'고 포크나 도끼, '젖 먹던 힘까지 내라'고 젖병 등 언어 유희 선물들이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기능형 선물이 등장했다.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기분 전환도 되는 '초콜릿' 열풍이 불고 영양제'비타민 등의 건강식품도 수능을 전후로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또 수험생들의 숙면을 위한 아로마, 숙면베개, 수면양말 등과 시험 당일날 이용할 수 있는 손난로 등도 인기를 얻었다.

2008년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알뜰한 수능 선물 소비가 주를 이뤘다. 고가품보다는 낱개로 포장된 찹쌀떡, 엿 등이 많이 팔리면서 찹쌀떡이 초콜릿을 제치고 수능선물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실속과 함께 아이디어가 결합된 상품들이 대세다. 아침에 먹는 사과가 건강에 좋다는 점과 연계해 '합격'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수능사과, 시험장에서 교시별 시간을 알기 쉽게 표시해둔 '스마트 수능시계', 수능시험 당일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지급되는 샤프펜슬과 동일한 '수능샤프' 등으로 수험생 맞춤상품들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수능 선물 특집전 규모를 줄이고 있다. 수시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의 비율이 크게 늘면서 수능 선물을 주고 받는 일이 예전보다 줄어든데다가, 올해는 빼빼로데이 행사가 밀레니엄 마케팅으로 다른 해보다 크게 치러져 수능 특집전이 줄어든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능 선물이 예전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특이한 아이디어 상품을 가져다 놓기보다는 나가지 않더라도 손실이 적은 아로마 오일, 숙면베개 등을 많이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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