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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산책] 도가니, 도가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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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공지영을 나는 먼발치에서도 본 적이 없다. 지난 십수 년간 문학 관련 행사를 여러 차례 기획하여 국내외 유수의 작가들은 꽤 많이 만난 셈인데도 그러하다. 아무래도 그의 소설이 내 취향이 아니고, 사생활이 소설 유명세에 버금갈 정도로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 좀 별스럽단 느낌만 막연했을 따름이다.

아,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 그의 얼굴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기회가 있긴 했다. 색동저고리 차림의 강호동 씨 프로그램이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도 그의 언사에 좀 심사가 뒤틀렸다. 그러니 수없이 뉴스로 다뤄지는 소설과 영화 '도가니'라 하더라도 꼭 찾아서 볼 턱이야. 해서 인화학교의 그 더러운 몇몇 인사에 대한 분개는 하면서도 '난 원래 베스트셀러는 믿지 않으니까…'를 모토로 도가니를 읽거나 보지도 않고 버텼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어느 자리에서 평소 신중하기 짝이 없는 한 분이 조용히 질문을 해왔다. '소설 도가니의 작가를 한 국회의원이 "소설과 영화에서 (사건이) 과도하게 표현돼 국민감정이 격앙됐다"며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혈압이 솟구치고 어안이 막혀 헉!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정말입니까?" 그러다 몇 주 동안 너무 바빠서 신문과 뉴스를 헤드라인으로만 휘리릭 봐 넘긴 기억을 떠올렸다.

이게 사실이라면 마광수 교수와 소설가 장정일 씨의 필화사건은 급 낮은 코미디에 불과할 터, 뭐야, 정치가 국민들은 물론 예술가의 정신과 영혼도 검열하겠다는 건가. 사실 스스로는 세상의 모든 흐름 판단에 국민들을 감시자로 만드는 카파라치, 봉파라치 극렬 반대 정도의 온건한 야경국가(夜警國家) 지향이어서, 내가 중도(中道)라 우겨도 친구들은 나를 지극한 우파(右派)로 매도해대는 지경이다.

그 맥락에서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권력의 폭력을 검경(檢鏡)보다 소설과 영화로 인해 재조명되고 환기되는 경우를 또한 우려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일련의 웃지 못할 '개콘식' 해프닝으로 소설과 영화 도가니를 제대로 한 번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오늘 점심으로 도가니탕이나 먹으러 갈까"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박미영/시인·작가콜로퀴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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