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의원 없는 국회, 보좌진이 점령한 국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점거한 야당 보좌진과 당직자에 막혀 국정을 논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원 보좌가 본연의 임무인 보좌진의 국회 점거라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9일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무대책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정치 실종이 아닐 수 없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출입이 안 되고 있는 것은 지난 31일부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 때문이다. 여야가 수차례 토론과 협상에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일부 민주당, 민노당 의원들은 회의실 점거에 들어갔다. 회의실 밖은 야당 보좌진, 당직자들에 의해 24시간 봉쇄됐다.

의원의 국회 회의장 출입 통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 회의실은 의원과 국무위원, 회의 관계자들의 국정 논의 공간이다. 보좌진들은 회의실 출입은 물론 출입자를 막을 어떤 권한도 없다. 그런데도 물리력을 동원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부정되는 후진 국회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국회에서의 몸싸움과 폭력 사태에 보좌진이나 당직자들의 등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머가 등장한 2008년 한미 FTA 비준안 외통위 상정, 2009년 미디어 관련 법안 처리, 지난해 예산안 처리 충돌 때 이들이 동원됐다. 해마다 목격하고 있다. 이들의 행위는 소속 의원이나 당의 지시, 독려에 의한 것이겠지만 의회 민주주의에서 정당화될 수도, 용납될 수도 없다.

이런 구시대적 작태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을 세울 때다. 여야는 지난 6월 합의한 국회 내 몸싸움과 질서문란 행위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국회 선진화 방안을 속히 법제화해야 한다. 보좌진들의 불법 행위도 처벌해야 한다. 언제까지 난장판 국회를 두고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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