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박완철 KIST 연구원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오폐수처리 관련 국내·외 30여개 특허 '똥박사'

박완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똥(糞尿)박사'로 불린다.

악취가 진동하는 인분과 축산 오폐수 등 오염물질을 정화해서 깨끗한 물로 만들어내는데 있어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내에서도 그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분뇨와 축산 오폐수 처리는 사실상 인간의 미래 생존를 담보하는 미래환경산업이다.

1980년대 중반 한강재정비사업을 마치고 사회적으로 논란거리로 대두된 한강오염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정부가 직접 나서면서 박 연구원은 분뇨 처리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KIST 내에서 누구도 이 프로젝트를 맡으려하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고향에서 늘 접했다'며 박 연구원은 자임하고 나섰다.

농사꾼의 아들이었던 그는 한강에 버려지는 엄청난 분뇨와 생활하수가 언젠가는 분뇨로 뒤덮일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분뇨정화 프로젝트에 뛰어든 것이다. 당시 88올림픽을 앞두고 한강 재정비에 나섰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류정화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몇 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축산정화조'를 개발했다. 그가 만든 축산정화조는 전국에서 5천여 개가 팔리는 대박 행진을 했다. 그는 분뇨를 정화시킬 수 있는 미생물을 찾아내기 위해 일본까지 가서 화산까지 뒤졌다. 국내에서도 전국을 찾아 다닌 끝에 10여 종의 분뇨 처리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미생물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미생물을 이용한 정화조를 개발, 전국의 분뇨처리장에서 오폐수를 정화시키고 있다.

'똥박사'란 별명은 이 때 얻은 것이다.

그가 만든 축산 오폐수 정화처리장치는 아무리 지독한 분뇨라도 2주 정도를 지나면 깨끗한 물로 정화시킨다. 수백 마리의 가축이나 사람이 쏟아내는 분뇨는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긴다. 그러나 박 연구원이 개발한 정화조를 거치면 악취가 사리지고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깨끗한 물이 나온다. 이 정화조는 지금 전국 80여 곳의 지자체가 도입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 때 이후 그는 환경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연구프로젝트가 아니라 환경문제는 그의 평생의 작업인 셈이다.

그는 현재 오폐수 처리 관련 30여 건의 국내외 특허를 갖고 있다.

1998년 농업분야에서는 최고의 상으로 여겨지는 대산농촌문화상(첨단농업기술진흥 부문)도 수상했다. 2001년에는 한국공학한림원이 주는 젊은 공학인상을 받았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도 이 상을 함께 수상할 정도로 과학자로서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상이었다. 그는 함께 받은 5천만원의 상금을 모교인 사벌초등학교의 음향시설과 에어컨을 구입하는데 희사했다. 2002년에는 '제1회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자상'을 받기도 했다. 2008년 정부로부터 과학기술포장을 받았다. 지금까지 KIST에 15억원의 기술료를 받을 정도로 그는 KIST에서도 돈이 되는 특허를 가진 연구원으로 통한다.

KIST 선임연구원인 그의 인생에도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그가 입학했던 상주농잠전문학교는 5년제 농업기술인 양성소였다. 학교에서는 하루종일 논과 밭에서 농사기술을 가르쳤다. 그도 학교를 졸업하면 고향에서 '군청 서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일도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보지 않고 1년여간 농사를 지었다. 그 때 독한 제초제를 사용했다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 농약제조회사가 고엽제와 마찬가지인 제초제의 독성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판매한 것이다.

그는 제초제사건 때문에 고려대 법학과에 편입해서 법을 공부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고려대 대신 건국대 농대로 편입하면서 그는 농학자의 길을 걷게 된다.

KIST에 들어와서도 선임연구원(조교수급)으로 승진할 때 동료 공학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를 받았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온 쟁쟁한 공학박사들 사이에서 과학자가 아닌 농학자가 그들과 경쟁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요즘 특강에 나서면 '똥꿈을 꾸면 돈이 들어온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한다. 늘 똥을 만지다보니 꿈도 똥꿈만 꾼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분뇨 처리와 관련한 특허와 기술로 벤처기업을 하고 있다. '돈이 들어오고 있다.'

어릴적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논두렁에서 미꾸라지를 잡았다.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천장에 미꾸라지가 보였다. 요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미생물도 미꾸라지처럼 보인다. 어릴적 미꾸라지 잡던 일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는 새로운 꿈을 꾼다.

환경처리분야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성과를 국가와 고향에 되돌려주고 싶어한다. 10여년전부터 국회 환경포럼에 참여하면서 환경분야 입법과 제도 마련에 참여하면서 가진 생각이다. "흔히들 녹색성장이나 환경산업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어지럽히고 있는 환경을 자연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시대의 녹색산업입니다."

1955년 상주 사벌에서 태어난 박 연구원은 사벌초, 상주중, 상주농잠전문학교를 거쳐 건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