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옛길기행] <47>울릉도 바닷길

수백년 전 울릉인들, 나뭇잎 같은 저 뗏목타고 독도로 어기여차

울릉 저동항 지역민들의 뗏목 경주하는 모습.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당시 주민들이 뗏목을 타고 독도를 오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울릉 저동항 지역민들의 뗏목 경주하는 모습.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당시 주민들이 뗏목을 타고 독도를 오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부속섬 죽도에서 바라본 울릉도 풍광이 아름답다.
부속섬 죽도에서 바라본 울릉도 풍광이 아름답다.
북면 천부마을 송곳산과 바다 위의 코끼리 바위 뒤쪽으로 서면 태하마을 쪽 대풍감 절벽 끝자락이 보인다.
북면 천부마을 송곳산과 바다 위의 코끼리 바위 뒤쪽으로 서면 태하마을 쪽 대풍감 절벽 끝자락이 보인다.

육지사람들에게 산길이 있다면 섬사람들에게 백길이 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리서인 '세종실록지리지'는 "울릉도 주민들이 뗏목을 타고 독도로 자주 오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섬 개척민들은 129년 전부터 본섬 울릉도에서 맑은 날 육안으로 독도를 바라보면서 무동력 범선이나 통나무배를 타고 오가며 고기잡이를 해왔다. 울릉도 바닷길은 공도정책이 폐지된 고종 19년(1882년) 왕명을 받은 만은 이규원 울릉도 검찰사가 4월 30일 강원도 평해군(현재 경북 울진군)을 출발해 약 2개월 동안 범선을 타고 울릉도를 답사한 뒤 6월 6일 고종에게 복명한 기록이 '육지를 연결한 공식적인 첫 뱃길'이다.

이규원 검찰사의 당시 기록은 울릉도에 사람들이 거주할 만한 지역과 포구로 발달시킬 수 있는 포구를 열거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분화구 지역인 지금의 북면 나리마을 지역을 1천여 가구나 되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지목했다.

이 밖에 대황토구미(현 태하), 흑작지(현포), 천년포, 왜선창(천부리), 대'소저포(저동), 도방청(도동), 장작지(사동), 곡포(남양) 등을 땅이 비옥해 밭이나 논으로 경영하기에 적당한 지역으로 꼽았다.

배가 정박할 수 있는 포구는 이 검찰사가 가장 먼저 도착한 소황토구미(小黃土邱尾), 지금의 학포마을과 태하, 현포, 천부, 저동, 도방청(道方廳'지금의 울릉도 관문 도동항) 등 14곳을 표기했다.

본섬 울릉도 주변 해안은 수천 년 비와 바람, 파도가 조각한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자연동굴과 골짜기를 연결하는 쪽빛 바다의 풍광이 일품이다.

한국관광공사 등은 울릉도 옛길 해안 트레킹 코스를 휴양하기 좋은 우리나라 10대 해변 중의 하나로 선정해 초보 여행가들이 가장 가 보고 싶어하는 대표적인 섬으로 꼽힌다.

◆울릉도와 독도 "내가 형님"

울릉도는 250만 년 전에 형성된 화산섬이다. 이에 비해 독도는 460만 년 전 용암분출로 한참 먼저 생겨나 연대별로 보면 독도가 앞선다.

독도는 원래 하나의 섬이었지만 오랜 침식 작용으로 인해 동도와 서도, 두 개의 섬으로 나누어졌다.

울릉도에서 독도를 거쳐 이사부해산까지 동해 바다에 띠처럼 이어진 섬과 바닷속 해산은 하와이나 갈라파고스 군도처럼 맨틀 상승류와 열점에 의해 탄생했다.

독도의 섬 주변 해상에는 동'서도를 포함해 89개의 작은 부속 바위 섬들이 보석처럼 빼곡하게 박혀 있다.

독도 뱃길은 울릉도 관문 도동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면 닿는다.

울릉도와 독도 간 거리는 87.4㎞(47.2해리), 경북 울진 죽변과 독도 간 거리는 216.8㎞(117.1해리), 독도와 오키섬 간 거리는 157.5㎞(85.0 해리)이다.

독도 높이(서도 높이) 168.5m, 동도 높이 98.6m, 독도 동도와 서도의 둘레 2.8㎞, 동도와 서도, 부속도서를 포함한 총 면적은 각각 7만3천297㎡, 8만8천639㎡, 2만5천517㎡로 구성됐다.

독도 두 섬 주위에는 촛대바위, 미륵바위 같은 바위섬이 보초병처럼 서 있다. 동도에는 한반도의 모습을 닮은 한반도바위가 그린 듯 웅크리고 있다.

배가 정박할 수 있는 독도 동도 선착장에는 날씨가 좋아야 접안이 가능하다.

요즘은 일본의 독도 역사 교과서 왜곡 등 일본의 망발이 이어지면서 독도 탐방객들의 발길이 연중 이어지면서 독도는 민족의 성지로 부상하고 있다.

◆육지에서 울릉도 가는 뱃길

섬을 찾아 나서기 위해서는 우선 배를 타야 한다.

울릉도 뱃길은 포항∼강릉∼묵호항에서 출발하는 3개 여객노선이 열려 요즘은 한결 편하다.

뱃길을 연결하는 여객선은 대부분 2시간 30분에서 3시간쯤 소요된다.

여객선의 연간 결항일수는 평균 85일, 쾌청일수는 연 70일(국내평균 81일)로 안개와 해무가 많은 곳이다.

강원도 동해에서 161㎞, 포항에서는 217㎞나 떨어져 있어 뭍사람들의 접근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는다. 뱃길이 막히면 사람은 물론 생필품 유입도 단절된다.

이렇듯 비, 바람에 민감한 섬 주민들은 동풍(동새), 서풍(갈바람, 청풍, 하늘바람)이니 북풍(북새, 북청, 샛바람), 남서풍(처진갈, 댕갈바람)이라 칭하는 풍향을 뜻하는 낱말도 많이 지어냈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지역민들에게는 불규칙한 날씨가 삶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 때문에 모두가 날씨에 민감하다.

섬 지역 면적은 72.9㎢. 도보 여행의 경우 2박 3일이면 섬 지역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지만 일주도로 4㎞ 구간은 2015년 말쯤 완공될 예정이다.

해안선 길이는 56.5㎞, 뱃길을 따라 이동하면 64.43㎞이다.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돌아보는 시간은 2시간쯤 소요되지만 낚시선이나 작은 배로 해안을 따라 둘러보려면 하루는 잡아야 구석구석을 볼 수 있다.

◆뱃길따라 둘러 보는 울릉의 매력

울릉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바다와 섬의 어울림을 감상하는 것도 아름답지만 배를 타고 울릉도 해안선을 따라 바다에서 섬을 바라보는 것 또한 색다른 매력이다.

▶관문 도동항

울릉도 해안 풍경은 관문 도동항에서 해안변 마을을 따라 서쪽으로 출발하면 사동마을 앞 포구가 시작된다.

개척민들이 고향을 바라다보며 향수를 달랬다는 망향봉과 조화를 이룬 이곳 바다는 기암괴석과 함께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요즘 울릉도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섬이 간직한 태고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우리땅 독도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또 다른 관문이기 때문이다.

도동항 마을 입구에는 1970년대 초반까지 삼나무로 나무배를 만드는 뱃막이 있었지만 지금은 섬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몰려 있어 여행객들의 거점이 되는 곳으로 변했다.

▶울릉 사동항

모래가 귀한 울릉도에서 옥과 같은 모래가 바닷가에 누워 있다고 해서 와옥사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꿈길 같은 뱃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사동항은 정부가 내년부터 신항만 추가 공사를 추진한다.

최신예 이지스함과 우리 군이 보유한 군함 중 가장 큰 독도함을 접안할 수 있는 해군부두와 해양경찰청 전용부두(180m), 여객부두(150m), 방파제(900m) 등이 오는 2015년까지 건설된다.

이는 독도 수호의지를 담아 진행된다. "독도에서 유사시 우리 해군 함정은 가장 가까운 울진 죽변항에서 출발하면 약 4시간이 걸리지만, 일본 함정은 시마네현 오키섬에서 약 2시간 50분이면 독도에 도착한다"는 문제 제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울릉도에서 우리 경찰함이 출동하면 약 1시간 35분 만에 독도에 닿을 수 있다.

▶통구미 마을

바다거북이가 기어 들어가는 형상의 거북바위가 있어 이름이 유래했다는 통구미 마을 어민들은 아직도 바다거북이가 뭍으로 올라오면 막걸리를 먹여 돌려보낸다고 한다.

작은 어촌마을이지만 읍지역과 서면 면 소재지를 연결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육'해상 교통의 요충지다. 요즘은 수중 다이버들과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포구의 옛 정취는 남아 있다.

▶남양항 포구

쪽빛 바다와 껑충한 바위 절벽이 내내 길동무가 돼주는 이 해안길 주변에는 몽돌이 깔린 해변을 비롯해 신라장군 이사부 장군의 설화가 깃든 투구봉과 사자바위 풍미녀의 전설과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눈길을 빼앗는다.

우산국 우해왕은 신라 이사부가 신라 지증왕 6년(505년)에 처음으로 설치한 주(州)인 실직(삼척의 옛 이름) 주의 군주(軍主)로 부임할 당시 울릉도는 우산국이라는 부족국가였다. '우혜'라는 왕이 통치해오다 7년 뒤인 512년 우산국을 신라의 영토로 편입시킴으로써 동해안 뱃길과 해상권을 장악한 것으로 전해지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태하 마을

태하마을은 과거 1903년 대한제국 광무 7년(고종)까지 울릉도 군청 소재지로 현재 울릉읍 도동리로 옮기기 전까지는 섬 사람들의 생활의 중심지였다.

뱃길을 따라 한국의 10대 비경에 드는 대풍감 절벽이 나타난다. 그 풍광이 하도 아름다워 가슴이 마구마구 뛸 정도다.

대풍감(待風坎)은 돛단배가 이곳 바다에서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가 출발하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에는 어민들이 모시는 성하신당이라는 사당이 있어 매년 음력 2월 28일에 정기적으로 제사를 지내며 풍어, 풍년을 기원하는 해신을 모신 마을로 개척민들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현포

거울처럼 맑은 바다에 촉대암의 검은 그림자가 비친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현포는 송곳봉과 코끼리 바위의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주변에는 천부마을 포구와 죽암 마을 앞의 딴바위, 삼선암, 관음도를 지나면 한 가구 2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부속섬 죽도(일명 대섬)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선창 포구가 이어진다.

▶저동항

동해 어업전지기지인 저동항은 동해안 고기잡이 조업 어선들이 철마다 몰리는 곳으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삶의 냄새가 물씬 배어 나온다.

저동항을 지키고 서 있는 촛대바위(일명 효녀바위)는 고기잡이 나간 아버지가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고 배만 돌아오자 뭍에서 기다리던 딸이 바다로 뛰어들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저동항에서 동북 방향으로 4㎞ 거리에 떠 있는 죽도(竹島'일명 대섬)는 이름처럼 대나무가 울창하다. 현재 1가구 2명이 살고 있는 유인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울릉 8경 가운데 하나인 저동어화(苧洞魚花'저동항 앞바다의 오징어잡이 배 불빛)로 유명하다

관문 도동항과 지척인 저동항을 끝으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뱃길은 끝이 난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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