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복귀까지 계약서에 도장만 찍는 일만 남겨둔 '라이언 킹' 이승엽이 최고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등번호 '36번'을 되찾을지 관심이다.
경북고 시절 27번을 달았던 이승엽은 1995년 삼성에 입단하면서 등번호 36번과 인연을 맺었다. 2003년 말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삼성에서 줄곧 36번을 달았던 이승엽은 이 번호를 등에 새기고 아시아 홈런 신기록과 함께 5차례 MVP(1997'1999'2001~2003)를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국민 타자가 됐다.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로 소속을 옮기고 나서도 이승엽은 한국에서 달았던 36번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하면서 등번호를 33번으로 바꿨다. 삼성 때부터 지바 롯데시절까지 11년간 사용했던 36번과의 결별이었다. 이듬해 이승엽은 다시 25번으로 등번호를 바꿨다. 그리고 다시 2010년 오릭스로 소속팀을 갈아타면서 등번호를 3번으로 바꿨다. 당시 이승엽은 "원래 좋아했던 번호였고 마침 3번이 비어 주저 없이 선택했다"고 말했다.
삼성 복귀를 눈앞에 둔 이승엽은 9년 만에 다시 밟은 한국 그라운드에서 영광의 추억을 간직한 36번을 다시 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에서 이 번호는 이승엽 이후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2003년 말 이승엽의 일본 진출이 결정되기에 앞서 삼성은 "이승엽이 훗날 은퇴하면 36번을 영구결번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현역 선수의 번호를 영구결번 대상으로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이승엽이 56홈런을 쏘아 올리며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직후였다.
당시 삼성은 FA가 된 이승엽을 반드시 잡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승엽이 고민 끝에 일본행을 선택하자 더는 영구결번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8시즌 동안 이승엽이 달았던 36번은 그 상징성 때문인지 아무도 달려고 하지 않았다.
이승엽이 삼성에 복귀해 36번을 달고 뛰다 은퇴하면 이 번호는 영구결번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2003년 현 SK 이만수 감독이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있을 때 그의 현역 시절 유니폼 넘버인 22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당시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이 엄청난 요구를 했고, 삼성이 이를 받아들여 공표한 형태가 됐다. 지난해엔 양준혁이 달고 뛰었던 10번을 삼성은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국내 영구결번 1호는 1986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OB 포수 김영신이다. 이어 해태 선동열(18번). LG 김용수(41번)가 영구결번의 영예를 얻었다. 한화의 장종훈(35번),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도 은퇴와 함께 영구결번으로 팬들의 가슴에 번호를 새겼다. 롯데는 최근 고인이 된 최동원의 등번호 1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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