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 사이에 한때 '거지왕자'가 많이 얘기된 적이 있다. '거지왕자'는 소득이 없으면서도 자동차를 몰고 다니거나 외제나 유명 브랜드 상품을 선호하는 대학생들을 말한다. 거지왕자라고 지칭된 경우는 경제적 능력이나 신분에 걸맞지 않은 과시적 소비자의 별명이다.
물건이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고, 남들에게 보여주거나 자기 만족감에 의해서 상품을 구입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는 소비현상을 빗댄 표현이다. 이런 소비성향으로 계속 간다면 어찌 거지왕자만 있겠는가. 거지공주, 거지왕비도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다.
소비는 상품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능감이 있을 때 가능하다. 핸드폰을 사서 편리함을 느끼고, 맛난 음식을 사 먹음으로써 맛과 배부름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실질적 만족은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효능감이다. 그 외에 과시적 소비나 심리적 소비도 있다. 명품 백 구입을 통해 자기 만족감을 얻는 경우이다.
거품경제를 대표하는 '거지왕자'소비 성향과는 다른 흐름도 있다. 친환경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녹색매장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구시내 유명 백화점 매장의 환경제품 판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국제무역에서도 상품을 팔아도 가난을 면하지 못 하고 있는 빈곤국가의 농민과 생산자를 도우면서 무역거래를 하자는 '공정무역'이 국제시장에 샛별처럼 등장한 새로운 시대 흐름이다. '공정무역'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굳건한 이념으로 활개를 치는 이 시대에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처음 공정무역을 이야기하는 시민단체가 등장할 때만 해도 많은 기업들은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제는 공정무역을 외면하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업들도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했다.
'백화점 매장에 공정무역 초콜릿', '공정무역 커피', '제3 세계 수공예품' 등의 이름을 붙인 상품들이 진열되면 하루 이틀 만에 매진된다. 한때 네슬레도 초콜릿 원료를 얻기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한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일자 원료 수급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나이키가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등에 있는 하청공장에 근무여건이 열악한데다 생산 연령 이전의 아동 노동력까지 이용한다는 소비자단체의 비난을 받으면서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힘은 스타벅스가 생산하는 모든 커피를 공정무역 커피로 바꾸게 했다.
소비자들이 공정무역 상품을, 친환경제품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대표적인 착한 소비다. 언뜻 생각하면 무한경쟁 시대에 착한 소비는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다. 착한 소비 제품은 가격 경쟁력 면에서 뒤떨어지고, 물건을 사기도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비 경향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소비에 윤리적 가치가 더해지면서 생성된 착한 소비는 점차 사회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착한 소비는 착한 경제의 토대이다.
공급자가 이익을 얻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산된 제품은 점차 설 곳을 잃어가고 있고 잃어가야 한다. 착한 소비는 환경을 생각하고, 인간을 생각한다. 나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공생(共生)을 추구한다. 그래서 착한 소비는 사회적 가치 윤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최근 기업의 사회기부 사회공헌 활동의 증가도 이러한 착한 소비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정부도 사회적 기업을 장려하고 있다.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착한 소비가 우리 사회에 잠차 확산되고, 착한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단군의 고조선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면 착한경제가 피어나 우리 국민들을 이롭고 넉넉하게 할 것이다.
박재기/(주)동영산업개발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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