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미 FTA, 독이냐 약이냐는 우리 몫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한미 FTA가 발효되는 내년 1월부터 관세 없이 무역을 할 수 있는 우리의 경제 영토는 세계경제 총 규모의 60.9%로 늘어나게 된다. 칠레(87%), 멕시코(72%)에 이은 세계 3위다. 무역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또 한 번의 도약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열어주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한미 FTA로 향후 15년간 수출은 13억 달러, 무역수지는 1억 4천만 달러가 늘고 고용도 35만 명 늘어날 것으로 국책연구기관은 전망하고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전망일 뿐이다. 미국은 많이 약해졌다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경제력과 경쟁력을 갖춘 거인이다. 이런 거대 국가를 상대로 한 경제전쟁에서 우리가 우위에 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뒤 빈부 격차 심화, 문화 종속, 공공 서비스 기반 붕괴 등을 경험했다. FTA가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실례다. 그러나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칠레다. 칠레는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권 때 경제 파탄을 겪었지만 이후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방한 결과 고속 성장 국가로 탈바꿈했다. 결국 한미 FTA로 새로운 기회를 잡았지만 그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친 경쟁력 강화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 시장은 미국 자본의 돈벌이 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개인이나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해당된다. 한미 FTA는 한국처럼 미국에도 기회다. 한미 FTA는 결코 공짜 점심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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