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곳곳이 인도 설치 공사로 파헤쳐지면서 "무엇을, 누구를 위한 공사냐"는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공사는 불과 1㎞ 안팎의 공사에 수십억원이 투입되고 보행자도 별로 없는 주택가 이면도로에 보도블록 교체나 인도 조성 사업으로 추진돼 효용성과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중구 도심지역 내 이면도로 12곳을 선정, 지난해부터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개 구간에 36억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완료됐거나 예정인 10개 구간까지 합치면 모두 80억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보행자를 위해 인도를 개설하겠다는 사업 취지와는 달리 보행자 통행량 측정 등 제대로 된 수요 예측도 없이 사업을 추진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다.
23일 오후 중구청이 20억원을 투입해 걷고 싶은 거리 공사를 진행 중인 중구 대봉동 봉산로와 명륜로 1천380m 구간. 이곳에서 기자가 2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보행자는 60여 명에 불과했다. 가까운 곳을 오가는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중복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오히려 지나다니는 차량이 더 많았다. 같은 시간 걷고 싶은 거리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중구 동인동 동인파출소~금호아파트 750m 구간도 마찬가지였다. 3억7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 이곳에서도 기자가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보행자는 20여 명 남짓의 인근 주민들이 전부였다.
대구 중부경찰서와 경상감영공원 주변에도 경삼감영로 전통문화거리 조성사업으로 불과 380m 구간에 11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이 공사는 보도블록 교체와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보행에 좋다는 화강판석 포장 공사가 대부분이다.
인근 주민들은 "보행자가 별로 없는 한적한 동네 골목길에 수십억원의 혈세를 쏟아부어 걷고 싶은 명품거리를 조성하는 게 타당한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주민 박모(46) 씨는 "대봉동 봉산로와 명륜로 인근 주택가는 5년 전 재건축정비사업지구로 지정된 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빈집이 늘고, 주민들이 떠나면서 찾는 이도 거의 없는 곳"이라며, "거주민도 별로 없는 곳에 굳이 인도를 개설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부 구간은 주먹구구식 계획으로 공사비가 몇 달 사이에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곳도 있다. 2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되고 있는 봉산로와 명륜로 구간에 처음 계획된 공사비는 6억원이었다. 하지만 도로를 깎고, 하수관거를 매설하는 등의 이유로 공사비가 3배 이상 늘었다.
이곳 주민 장모(60'여) 씨는 "올 5월 주민설명회 때만 해도 인도만 개설한다고 했는데, 실제 공사에 들어가면서 공사 항목이 늘어났다"며 "구청이 주민숙원사업인 중구보건소와 노인복지회관 신축은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사정인데도 보행자 없는 주택가 이면도로에 쏟아부을 돈이 있는지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보행자 수요 예측의 경우 사업 구간 모두 2차로의 좁은 이면도로라서 보행자 통행량 측정이 어려웠다"며 "인도 개설 사업에는 보행 안전과 도심 미관을 개선하자는 취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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