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전, '덜덜덜'…전기난방 사용 급증에 정전 불안감 커져

#50대 주부 윤형자 씨는 얼마 전 홈쇼핑에서 카펫형 전기장판을 구입했다. 한 달에 20만~30만원씩 드는 기름보일러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윤 씨는 "지난해에도 아낀다고 아꼈는데 그 정도였으니 기름값이 오른 올해는 돈이 더 들어갈 것 같아 전기난방을 이용하려고 한다"며 "거실에는 아예 보일러를 잠그고 전기장판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직장인 송영규(34) 씨는 혼자서 살고 있는 원룸에 전기히터를 들였다. 10평이 채 안 되는 작은 방이지만 겨울내내 보일러를 돌리면 도시가스요금이 만만치 않게 나오기 때문이다. 송 씨는 "보일러는 약하게 틀고 전기히터로 공기를 덥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생각"이라며 "가스보일러가 기름보일러에 비해서는 비용이 적게 들지만 전기난방이 더 저렴할 것 같아 히터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쌀쌀해진 날씨에 난방용품 사용이 늘면서'전력대란' 우려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9월 15일 순환 정전사태를 겪었지만 별다른 학습효과 없이 최근 전력소비가 지난해보다 늘어나면서 블랙아웃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는 탓이다.

23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10월 국내 전력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1% 늘어난 356억1천500만㎾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량의 59%를 차지하는 산업용은 수출호조로 지난해보다 9.1% 늘어 211억㎾가량 소비됐다.

주택용'일반용'교육용 전력도 각각 0.3%, 2.8%, 3.4%씩 일제히 지난해보다 소비량이 증가했다.

순간 전력사용량 최대치도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이다.

11월 1일에서 21일 사이 대구지역 전력사용량 최대치를 기록한 날은 21일로 순간 전력사용량이 7천498㎿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11월 16일 7천465㎿였던 것보다 순간 최대치가 높았다. 기온도 올 11월 21일이 4.4℃, 지난해 11월 16일이 5.3도로 비슷했다. 2009년 이후 전력수요 최대치는 겨울철에 발생하고 있다.

기름값 상승으로 인한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커지면서 전기장판, 전기스토브 등 전기난방용품 사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저렴한 전기요금 때문에 기름난방보다 전기난방을 선호해 겨울철 전력사용량의 25%가 전기난방용품에서 발생했다.

심지어 올 10월 평균기온은 15.8도로 지난해 15.5도보다 높았고, 11월 기온도 평년보다 크게 높았지만 전력소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올겨울은 한파와 폭설이 예상되면서 전력소비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밝힌 올 겨울 최대 전력수요 예측치는 7천853만㎾. 지난해보다 5.3% 증가했고, 지난 8월 기록한 최대 전력량 7219만㎾보다 600만㎾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반면 전력 공급은 지난해보다 2.4% 늘어난 7906만㎾에 그칠 것으로 보여 겨울철 예비전력은 400만kW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특히 내년 1월 둘째, 셋째 주에는 예비전력이 53만㎾ 수준, 예비전력률은 0.67%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또 한번 순환정전사태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 당국은 전력대란 방지를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17일 전력거래소는 겨울을 대비한 '제2정전대란 방지를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매일 오후 6시 방송을 통해 '전력수급 예보'를 하고,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조직을 이사장 직속으로 편제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10일 지경부는 4만7천 곳의 건물의 난방온도를 제한하고, 대기업 등에 전력피크 시간대 전력 사용을 지난해 대비 10%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겨울철 전력수급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력수급안들이 일시적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17일 한국전력은 이사회를 통해 평균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했지만 이 또한 물가부담 우려 때문에 인상이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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