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회인야구 3만 명 시대] <상> 치솟는 야구 열기

'보는 야구'는 됐다, 직접 그라운드로…

사회인야구 동호인 수가 3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20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옆 공터에서 열린 사회인야구 경기 모습.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사회인야구 동호인 수가 3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20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옆 공터에서 열린 사회인야구 경기 모습.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경북에서 사회인야구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1970, 1980년대 고교야구와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 열광한 야구팬들이 '보는 야구'에서 벗어나 '직접 즐기는 야구'로 돌아서며 동호인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으로 촉발된 사회인야구 붐은 올 시즌 프로스포츠 사상 단일시즌 600만 관중을 넘어선 프로야구의 인기와 맞물려 주말과 휴일, 운동장을 함성으로 채우고 있다. 하지만 시설 부족으로 많은 돈을 주고 야구장을 빌려야 하는 등 운동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사회인야구의 현주소와 생활체육으로 자리매김할 방법을 짚어본다.

(상)야구 없인 못산다. 치솟는 야구 열기

"주말과 휴일은 야구에 남편을 뺏겨요."

주부 김명현(34'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는 2년 전부터 남편과 함께 한 가족나들이 기억이 없다. 주말과 휴일, 남편은 야구를 하러 간다며 새벽부터 집을 나서기 일쑤였고, 귀가해서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잠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야구 때문에 남편에게 짜증도 내고 화도 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직장 동료와의 친목에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겠다는 남편의 성화를 말릴 명분이 없어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다"고 했다.

사회인야구를 하는 남편 때문에 '주말 과부'가 된 아내들의 하소연만큼 야구가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600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의 인기를 타고, 최근 사회인야구 동호회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대구의 한 야구리그 사무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에서 각종 리그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인야구팀은 1천20여 개. 포항'구미'경주 등 경북지역까지 포함하면 대구'경북지역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회인야구팀은 1천600여 개에 이른다. 이들 야구팀에 가입해 야구를 즐기는 동호인 수만도 대구 2만2천 명, 경북 7천500명 등 3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한 리그 사무국 관계자는 "대구의 사회인야구는 1980년대 후반 시작될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열기가 높았다"며 ""최근 2, 3년 사이에는 대구의 사회인야구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1천개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인야구팀은 직장과 동문, 지인 등의 연결고리로 팀이 창단되고 있고, 실력에 따라 1~4부 리그로 운영되고 있다. 연령층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며 초'중'고, 대학 등 아마야구 선수는 물론 프로야구서 은퇴한 선수들까지 활동하고 있는 팀도 있다. 한 사람이 2, 3개의 팀에 동시에 가입해 활동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사회인야구는 보통 리그를 운영하는 사무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대구에만 10개가량의 리그가 운영되고 있는데, 사무국은 운동장과 상대팀 확보 등 경기운영을 맡아 사회인야구팀들이 정기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운동장 확보 등의 어려움 때문에 리그 가입은 사회인야구 동호회의 필수 조건처럼 여겨지고 있다. 사회인야구팀들은 리그 사무국에 운동장 사용료, 심판 등 경기운영에 들어가는 금액이 포함된 연간 회비를 내고, 사무국은 회원들에게 연간 10경기 안팎의 경기를 주선해주는 등 경기 일체를 관리해주고 있다.

이달 20일 대구의 한 사회인 전용 야구장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야구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유니폼을 갖춰 입는 것은 기본. 각종 장비며, 야구에 대한 지식이 프로선수 못지않다. 사회인야구 경기는 비 때문에 운동장 사정이 좋지 않은 날을 빼고는 연중 계속된다.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는 한 겨울철에도, 내리쬐는 햇볕에 몸을 가누기 힘든 한여름에도 야구 경기는 멈추지 않는다.

대구의 사회인야구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 여기에다 연예인들의 사회인야구를 다룬 모 방송프로그램의 인기에 더불어 최근 급격하게 팀 수가 늘었다. 덩달아 실력도 높아졌다. 여기에 최근 각 리그 사무국이 경기일정 뿐 아니라 경기마다 기록을 인터넷 등에 올리고, 타율, 실책, 평균자책점 등 개인 선수들의 모든 성적을 관리하고 있어 야구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배주영(31'경산썬즈) 씨는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동계훈련은 기본이고, 사설 야구교실에 가입해 야구실력을 키우는 동호인들이 많다"며 "실력을 갖춘 선수들과 팀 수가 늘어나면서 사회인야구 수준이 높아졌고,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열기로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야구의 기본적인 기술을 교육하는 야구 교실 등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전직 야구선수 등이 마련한 야구교실은 동호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틈날 때마다 이곳을 찾아 주말 야구의 부족함을 채우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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