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조업체 영화관 빌려 '꼼수' 영업…관객들 분통

24일 오전 대구 동구 한 복합쇼핑몰 내 영화관. 중년 여성에서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 100여 명이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무대 중앙에서는 말쑥한 정장 차림의 남성 한 명이 이들을 바라보며 열심히 상조회사 가입을 권유하고 있었다. 그는 "오늘만 60만원 할인된 가격으로 모신다"고 큰 소리로 말했고 이어서 무대 양옆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좌석을 돌아다니며 회원 가입 신청서를 나눠줬다.

관객 상당수는 회원약관, 가입 동의란 등이 빼곡히 적힌 신청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영화 시작 전 1시간가량 계속된 설명회 끝에 30여 명의 사람들이 가입 신청서를 작성했다.

최근 한 상조업체가 '개봉영화 무료 관람권'을 뿌리고 영화관에 손님을 모은 뒤 상조보험 가입 영업을 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 상당수는 상조업체의 '꼼수'에 당했다며 억울해했다. 친구와 함께 극장을 찾은 김 모(58'여'동구 신천동) 씨는 "영화는 안 보여주고 설명만 1시간째 계속했다"며 "상조업체에서 이런 식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당해보니 황당하다"고 했다.

노모와 함께 온 고모(45'여) 씨도 "좋은 영화라 부모님께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상조업체 설명회인 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손모(28'동구 신천동) 씨는 "한 달 전쯤에도 수성구 한 영화관에서 영업하는 상조업체를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영화관에서 홍보 활동을 벌인 회사는 지난 1996년 문을 연 서울에 본사를 둔 상조업체였다. 한 직원은 "신규 고객 확보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 재정이 탄탄한 회사여서 문제가 없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워낙 경쟁이 치열해 영화관을 이용한 영업 활동을 수시로 벌이고 있다"고 했다.

장소를 빌려 준 영화관 측은 자신들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영화관 관계자는 "3년 전쯤에 많은 상조업체가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 다시 벌어지는 것 같다. 우리 영화관도 4월 개관 이후 벌써 세 번째"라며 "관객들의 불만 사항도 알고 있기 때문에 대관을 신청하는 업체가 건실한지를 꼼꼼히 따진 다음 대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한 관계자는 "영화 초대권 상에 기업홍보를 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면 법규에 위반되진 않는다"며 "상조업체나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이런 영업이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만큼 정확한 현황 파악은 힘들다"고 말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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