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추워서 일할 자리는 적은데, 경쟁자는 많고. 겨울방학 때 아르바이트 구하기 정말 어렵습니다."
이달 초 군 복무를 마친 대학생 김병주(가명'23) 씨는 힘들게 PC방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겨울철이어서 실외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적은데다 마침 수능일 직후 쏟아져 나온 고3 수험생들과 방학을 앞둔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PC방은 상대적으로 편한 곳이라는 인식으로 인기가 높은 아르바이트 자리. 김 씨는 "시급 3천500원을 받고 하루 10시간 일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초과 근로시간 등에 대해 서로가 알고 있었지만 합의하고 넘어갔다"며 "노동력 수요'공급 불균형 상태에서 최저임금이나 근로계약서라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아무런 사고나 마찰 없이 3개월만 일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겨울방학이 다가오면서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대졸 청년 구직자 절반이 특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이른바 '프리터족'인데다 예비대학생인 고3들까지 가세하면서 아르바이트 시급이 헐값에 책정될 개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악덕 업주까지 만났을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최저임금 미지급은 물론 임금 체불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법은 4천320원, 현장에서는 3천500원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4천320원, 2012년부터는 시간당 4천580원이다. 하루 8시간씩 일하면 일당 3만4천560원. 한 달이면 100만원 남짓한 목돈을 쥘 수 있다. 계산상으로는 겨울방학 3개월 동안 일하면 한 학기 등록금이 나온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사업장 상당수는 시급 3천500원 수준을 주고 있다. 한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를 통해 시급을 '협의'라고 해 놓은 곳 10곳에 전화를 걸었더니 10곳 모두 3천~4천원을 제시했다.
수능이 끝난 뒤 뛰어든 고3 수험생들의 아르바이트 구직 경쟁도 치열하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수능(10일)이 끝난 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등록한 신규 가입자 수가 하루 평균 2천846명으로 수능 이전인 1~9일 일평균 745명보다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다 보니 최저임금 위반, 임금 체불 등 업주의 횡포도 넘친다. 심지어 "일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닌데 우리니까 너를 써주는 거다"는 식의 반협박은 물론 일을 그만둘 때도 "사람 구하기 힘드니까 다른 사람을 구해놓고 가라"는 말까지 나온다.
올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고교생 1천681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교생 2명 가운데 1명은 법정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고교생의 76.4%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18세 미만 학생이 일을 하려면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는데도 63.6%는 보호자의 동의서조차 내지 않았다.
◆정당한 노동, 정당한 급여
근로기준법은 청소년이든 아르바이트든 동일한 최저임금 시급을 적용받게 한다. 야간 근무(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시급의 경우 50%를 할증해주도록 한다.
임금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 사업장 관할 노동청에 도움을 구하면 된다. 노동부종합상담센터(국번 없이 1350)를 통해도 된다. 급여로 얼마나 받았는지 어떻게 증명하느냐며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업주가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최저임금보다 적게 지급한다면 사업장 관할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임금 체불도 법 규정이 있다. 근로관계 종료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업주의 가게가 망해도 줘야 한다. 채무이기 때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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