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다, 그림이다

다, 그림이다/손철주'이주은 지음/이봄 펴냄

그림은 중요한 미술사적 가치로 따지게 되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의 사람살이에 대한 화가의 마음이 들어 있다. 그래서 때로는 슬프게도, 아름답게도 다가온다. 수십 년, 멀게는 수백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그 그림을 대하는 사람마음은 다르지 않다.

그리움, 유혹, 나이, 행복, 일탈, 어머니. 인류가 지속 되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는 감정의 파동들을 화가들은 미묘한 각도로 잡아내 화폭에 담아낸다. 똑같은 주제에 대해 손철주는 동양의 미술을, 이주은은 서양의 미술을 이야기한다. 동양과 서양이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방식, 그리고 그리움을 담고 있는 문학들을 뒤섞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움을 이야기하기 위해, 신윤복의 '연당의 여인'을 읽어본다. 저자는 이 여인에게서 원망으로 뭉친 그리움을 발견해낸다. 또 다른 저자는 19세기 일본 요시토시가 그린 판화 연작 '달의 백 가지 모습'중 '시노부가오카의 달'을 들여다본다. 후드득 떨어지는 꽃잎들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는 한 여인에서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를 승리로 이끈 데모폰이라는 장수를 떠올린다. 전쟁 후 돌아가는 길에 필리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기다리는 가족들을 보고 오겠노라고 길을 떠난다. 남자를 기다리던 필리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자리에 아몬드 나무가 자라났다. 그제야 돌아온 데모폰은 눈물을 흘리며 아몬드 나무에 입을 맞추고, 그 나무는 꽃잎을 피워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 꽃'에는 이런 이야기가 감춰져 있다.

이 책은 이처럼 동서고금, 그리고 장르를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그 이야기를 충실히 귀 기울여 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292쪽, 1만7천500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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