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유수지를 야구장을 비롯한 체육시설로(?)' Vs '안돼! 맹꽁이 때문에'.
사회인 야구팀이 1천 개에 육박하고 야구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1만 명에 달할 정도로 대구의 사회인 야구는 활성화되어 있지만 정작 야구를 할 구장이 별로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로 1.1㎞, 세로 약 200m 총 33만㎡(10만 평)에 이르는 대구시 달서구 대명유수지 야구장 건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는 대부분의 유수지가 야구장을 비롯한 생활체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는데다 물에 잠기더라도 이후 활용이 가능해 큰 문제가 없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한 민간업체가 대명유수지를 야구장 위주의 생활체육시설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대명유수지에 나타난 맹꽁이(멸종위기종 2급) 때문에 허가권을 갖고 있는 대구시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사업 자체가 전면 보류 상태다.
이에 따라 야구장 건립을 시도하고 있는 민간업체는 맹꽁이가 살 수 있는 저수지 등으로 6만6천㎡(2만 평)를 조성하는 등 건립계획을 변경해 대명유수지를 생활체육시설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맹꽁이가 나타난 이후 대구지방환경청과 일부 환경단체는 이 사업에 대해'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 맹꽁이도 잘살 수 있고, 야구 동호인들도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사회인 야구장으로 적격(?)
성서산업단지 지역난방공사와 월배펌프장 인근의 대명유수지는 사회인 야구장을 건립하기에 좋은 부지로 손꼽히고 있다. 야구장 10개는 족히 만들 수 있는 면적인데다 교통환경과 주변여건이 뛰어난 편이다.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은 대명유수지가 현재 5개 야구장을 갖추고 있는 방천구장(달성군 다사읍 서재리)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소음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명유수지 사업은 지역업체인 우리토목엔지니어링이 내놓은 구상이다. 이 업체가 제안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사회인 야구장 8면(리틀 야구장 2개 포함), 축구장 2면, 테니스장, 게이트볼장, 수영장 등 대부분의 사회체육시설들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6만6천㎡(2만 평)에 이르는 연못과 꽃길을 조성해 맹꽁이가 살 수 있는 서식공간도 갖출 예정이다.
김병완 우리토목엔지니어링 대표는 "대명유수지에 사회인 야구장을 건립하는 것은 야구 동호인들의 숙원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대구시가 허가만 해 준다면 약 40억원을 들여 전국에서 제일 멋진 사회인 야구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태풍 '매미' 때 이후로 유수지가 물에 잠긴 적이 없기 때문에 재해시설이지만 충분히 사회체육시설로도 활용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핵심이 된 맹꽁이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낙동강환경보호운동본부 홍성택 본부장을 만나 맹꽁이를 절대적으로 보호한다는 대전제와 공사기간 동안 상시감시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사회인 야구장 건립에 관한 긍정적인 조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홍 본부장은 "환경보호단체 입장에서는 생태계보호가 우선이다. 다만 맹꽁이가 잘 살 수 있다면 야구인들의 바람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토목엔지니어링은 야구장 건립을 위해 4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야구장을 20년 정도 운영하고 난 뒤 대구시에 기부채납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맹꽁이 보호가 우선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은 대명유수지 사업에 대해 '불가'입장을 밝혔다. 먼저 재난시설에 영리시설을 들이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데다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자연 서식지로 확인된 이상 민간업자에게 야구장 건립을 허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구시 환경녹지국 물관리과 하수시설 담당자와 건설관리본부 시설안전부 배수운영과 담당자는 대명유수지에 야구장 건립을 허가 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담당 공무원은 "재난시설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유수지 형태를 원형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맹꽁이가 나타났는데 어떻게 야구장 시설을 허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대구시 관계자는 "실제 대명 유수지를 여러 형태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지만 맹꽁이가 나타난 이상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는 힘들다"며 "차라리 다른 적당한 시유지에 야구장을 건립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구지방환경청은 맹꽁이의 서식지를 인위적으로 건드리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자연환경과 생태관리팀 김도형 담당자는 "맹꽁이로서는 이곳보다 좋은 서식지가 없을 것"이라며 "맹꽁이 서식자를 인위적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맹꽁이를 해치는 것이고, 야구장이 생기면 맹꽁이는 살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멸종위기종 동식물에 대해 절대보호 입장을 외치고 있는 대구경북녹색연합 등 상당수 환경단체들도 맹꽁이 보호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현재 대명유수지에 서식하는 맹꽁이들이 야간에 동편 도로로 이동해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 맹꽁이가 도로로 나오지 못하도록 유수지와 인도의 경계부분 1.2㎞에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며 "대구시와 환경청이 대명유수지를 비롯한 달성습지 인근에서 발견된 수천 마리의 새끼 맹꽁이에 대한 보존대책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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