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최루탄 사건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초유의 사건은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원인과 이유를 불문하고 법과 질서를 송두리째 파괴한 명백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민노당 김선동 의원은 '한미 FTA로 피눈물을 흘리게 될 서민들의 분노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전달하고 싶었다'고 비장한 심정을 밝혔지만 그렇다고 그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최루탄 사건을 전 세계가 비웃고 있다. 어느 언론은 김 의원을 최루탄 폭파범이라고 지칭하기도 했고 미국의 한 정치전문지는 '미 의회보다 더 엉망인 입법부가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민주주의의 기본을 망각한 국회라는 조롱이다. 국회는 대화와 토론, 양보와 조정으로 국가 현안을 해결하는 곳이다. 폭력을 휘두르고 최루탄을 터뜨리며 싸우는 전쟁터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내 생각만큼 남의 의견도 존중해야 가능하다. 최루탄 사건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짓밟은 짓이다.

김 의원은 사건 후 '이토 히로부미를 쏜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운운했다. 한나라당의 단독 처리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변명이다. 그러나 안 의사가 총을 쏜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김 의원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그를 김선동 열사라고 부른다. 김선동 사령관으로 호칭하는 사이트도 있다. 한미 FTA는 찬반 논란이 있지만 개방이 대세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문제가 있다면 고쳐 나가되 대세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의견이다. 김 의원과 그의 행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다수 국민의 의견을 외면하고 있다.

김 의원의 행동이 명백한 불법인데도 정치권은 그에 대한 사법 처리를 미루고 있다. 일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서로 미루고 있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저지른 불법행위는 일반의 불법행위보다 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이 법을 지킬 이유가 없다.

지난 6월 여야는 국회 선진화법 처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여당은 회의장 점거 금지 등 질서 유지를, 야당은 직권상정 요건 제한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을 내세우며 처리를 미루고 있다. 국회의 폭력사태는 더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그래야 정치권이 불신을 벗고 회생할 수 있다. 국회 선진화법의 조속 처리와 김 의원에 대한 엄정한 처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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