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최근 통일 재원 마련을 위해 '통일 항아리'라는 이름의 특별계정을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남북협력기금 내에 통일계정을 따로 두고 이 재원을 남북협력기금 불용액과 정부 출연금, 모금을 통한 민간 출연금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거론해 논란을 빚었던 통일세 대신 민간 모금을 하나의 수단으로 제시했다.
류 장관은 통일 후 첫 1년간 소요되는 최소 비용이 55조 원이며 20년 후 55조 원을 마련하는 것이 통일 항아리의 적립 목표액이라고 말했다. 통일 항아리의 적립금 일부를 국민의 성금으로 마련하는 과정에서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예기치 않게 통일을 맞은 독일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점을 교훈 삼아 우리도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통일 항아리 방안은 정책의 성격과 경제'사회적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통일 재원을 특별계정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은 통일세 논란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그 자체가 변칙적인 방식으로 통일의 대의를 고려할 때 맞지 않는 방법이다. 또 자발적 성금이라고는 하지만 기업들은 준조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도 쉽지 않다.
남북 대결적 국면에서 이 방안이 나온 것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남북협력기금이 1조 원 규모이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최근의 집행률은 10% 미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협력기금 불용액 대부분이 통일계정으로 활용된다면 흡수통일을 우려하는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국가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당장 사용하지 않을 막대한 재원을 적립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언젠가 찾아올 통일에 대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0.6%가 통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서 알 수 있듯이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의 도발 등으로 지게 되는 분단 비용을 줄이고 남북 협력을 통해 남북 간 경제 격차를 좁히는 것도 통일 비용을 덜 수 있는 길이다. 정부는 이러한 선행적 요인들에 먼저 집중한 후 국민 여론에 따른 통일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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