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마트폰(똑똑한 전화)을 구입했다. 대리점에서 계약을 마치고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손에 넣은 순간, 드디어 나도 '똑똑한(스마트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일본에서는 아직 스마트폰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유행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1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용법이 서툴다. 이전보다 문자를 입력하는 속도가 훨씬 느려졌을 뿐만 아니라, 변환 실수로 오타투성이의 문자를 보내는 일도 흔하다. 전화가 걸려 와도 통화 중에 내 얼굴이 화면에 비쳐 전화를 끊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전화 주인이 똑똑한 휴대전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매일같이 통감하고 있다.
올여름 한국에 놀러 갔을 때, 대학원 시절의 선배와 오랜만에 만나 함께 레스토랑에 갔다. 식사 중에 그 선배의 가방에서 휴대전화 벨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왠지 선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자신의 휴대전화는 구식이라 여러 사람 앞에서 휴대전화를 꺼내기가 부끄러워서 그렇다고 했다. 때마침 주위를 살펴보니,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정말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이다. 그러한 사회의 변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면 위축되거나 설 자리가 좁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한국인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변화의 격류 속에서는 휩쓸려 버리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어려운지도 모른다.
몇십 년 전만 해도 휴대전화가 없었다. 내가 다니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기 초에 같은 반 학생의 집 전화번호가 적힌 명부를 배부했다. 그때는 식구 가운데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아서 바꾸어주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전화를 걸기 전에는 항상 긴장을 하고 평소 익숙하지 않은 높임말과 인사말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연습을 하곤 했다. 말씨뿐만 아니라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게는 전화를 걸어서는 안 된다는 예의도 배웠다. 하지만 요즘은 개인 정보 보호법에 위배된다는 부모들의 반대 때문에 학교에서는 비상 연락망을 만들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타인과의 연결이 끊긴 환경에서 커가는 아이들의 장래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누군가와 같이 있거나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당연한 듯이 휴대전화를 만지는 사람들이 많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소외감이나 불쾌감을 경험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의 휴대전화에서도 언제 누구에게서 연락이 올지 모른다. 앞에 있는 상대와 자신 이외의 '또 다른 사람'을 의식하게 된 것이다.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타자와의 관계가 더 가까워진 듯한 착각을 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휴대전화에 등록된 사람들 가운데 정말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연락을 하고 싶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진정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을까. 올 3월, 내가 사는 센다이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것을 알고도 아무런 연락도 주지 않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내가 살아 있는지,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집은 부서지지 않았는지 등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나도 그들에게 안부를 전하려 하지 않았다. 상대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상대방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휴대전화가 있으면 친구는 필요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네모난 기계 안에는 실은 아무것도 없다. 전원이 꺼지고 전파가 끊겼을 때, 얼굴을 보기 위해 달려와 주는 사람이 없으면 외로운 것이다. 휴대전화의 기능은 나날이 진화하지만, 그에 반비례해 인간적 교제는 점점 상실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교제에는 차가운 기계에는 없는 따뜻한 체온이 필요하다. 우리는 '똑똑한 사람'이기에 앞서 촌스러운 따뜻함을 가진 인간이어야 한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요즘 세상에서 눈앞에 있는 상대를 배려하고 진지하게 눈을 맞춰 마주 보는 삶을 생각한다.
요코야마 유카/도호쿠 대학 대학원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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