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회인야구 3만명 시대] (중)야구장이 없다

운동장은 감지덕지…뒷마당서 캐치볼

야구동호인 수에 비해 야구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리그 사무국 직원들이 비가 내려 엉망이 된 야구장의 물을 퍼내며 정비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야구동호인 수에 비해 야구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리그 사무국 직원들이 비가 내려 엉망이 된 야구장의 물을 퍼내며 정비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사회인야구가 급성장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야구장 부족이다. 최근 직장 동료끼리 모여 야구팀을 만든 김모(45) 씨는 연습할만한 공간을 찾지 못해 제대로 된 팀 훈련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김 씨는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대부분 각 리그 사무국과 계약을 맺어 일반 팀은 사용할 수 없다"며 "회사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겨우 캐치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사무국 역시 운동장 확보는 최대 관건이다. 사회인야구팀은 급증한 반면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 있고, 그나마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탓에 각 리그 사무국은 매년 운동장 확보에 사무국의 존폐를 걸다시피 하고 있다. 한 사무국 관계자는 "야구는 딱딱한 공을 방망이로 때리는 종목의 특성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없다. 홈런이나 파울 볼이 운동장을 벗어나면 유리창이나 주차된 차량 파손 외에도 행인들이 공에 맞아 부상당하는 아찔한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그물 등 안전시설물이 갖춰져야 하지만 대구에는 이런 조건을 갖춘 야구장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학교나 지자체가 일정 규격의 야구장을 보유하고 있는 경북과 달리 대구는 야구동호인 팀에 비해 야구장이 절대 부족하다. 경상중'대구중'경운중'경북고'대구고'상원고'영남대 등 야구부가 있는 학교 운동장과 하천부지를 활용해 만든 야구장 등을 사용하지만 모두 합쳐도 20곳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주로 사용하고 있는 학교 운동장은 해당 학교 야구부의 일정에 맞춰야 한다. 비가 오면 야구장 사용을 할 수 없어 한겨울 부상 위험을 감수하며 야구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340개 팀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의 한 리그 사무국은 운동장 확보를 위해 연일 새로운 야구장 부지를 찾고 있다. 이 사무국은 국토해양부의 허가를 받아 강변의 자투리땅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야구장을 확보했고, 이로도 부족해 도심의 중단된 아파트 건축현장을 고쳐 야구장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야구장 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무국 관계자는 "사용할 수 있는 학교 야구장은 한정돼 있어 매년 초 각 리그 사무국이 연간 사용권을 확보하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대구에서는 야구장을 만들 공간을 찾기 어려워 인근의 경산, 성주 등을 찾아다니지만 장소 구하기가 쉽잖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유일한 정식경기장인 대구시민야구장은 사회인야구 동호회가 사용하기엔 하늘에 별따기다. 프로야구가 열리는 3월부터 10월까지는 사실상 일반인 임대가 힘들어 사회인야구팀에게 돌아갈 기회는 기껏해야 11월부터 2월까지다. 더구나 한겨울에는 동파 등 시설관리의 어려움으로 대관 자체를 하지 않아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

평일 주간(오전 9~오후 6시) 대관료 20만원, 야간(오후 6~9시)은 30만원, 주말'휴일은 주간 30만원, 야간 45만원의 대관료. 야간에는 조명등을 켜야 하기 때문에 5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워낙 많은 팀이 신청하다 보니,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는 늦가을부터 겨울에는 신청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대구체육시설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모든 시민들에게 문을 열어야 하지만 사용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데다 리그 사무국을 비롯해 기업 등의 사용요청이 많아 대관일정을 잡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며 "시민불만을 줄이려 플레이오프 등 주요경기를 우선해 대관하고 있지만 각 리그의 일정이 주로 늦가을, 초겨울에 몰려 이 또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일부 야구장은 화장실이 없거나 학교 운동장 경우도 학교 측에서 문을 잠가 사용하지 못하는 일도 많다. 펜스, 더그아웃 등 야구시설이 없어 안전 사각지대로 전락한 곳도 있다. 열악한 야구장 시설로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어 가족 동반은 꿈같은 일이다. 사회인야구가 가족 놀이 문화로 발전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구시도 야구장 마련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도심의 높은 땅값 등으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대구시 관계자는 "도심의 넓은 공간을 찾기 어려운데다, 대부분 사유지여서 야구장 조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사회인야구가 반짝 인기에 머물지 않고 건전한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야구장 시설 확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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