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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소싸움장 개장 2개월…"건전레저" vs "도박판(?) 변질"

청도 소싸움경기장이 개장 2개월을 넘어서면서 주말마다 우직한 소들의 한판 대결과 이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늘고, 소싸움 마니아층까지 차츰 형성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청도 소싸움경기장이 개장 2개월을 넘어서면서 주말마다 우직한 소들의 한판 대결과 이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늘고, 소싸움 마니아층까지 차츰 형성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청도 소싸움경기장은 주말마다 우직한 소들의 한판 대결이 펼쳐진다.

소싸움경기 회차가 늘어날수록 경기운영의 묘미가 살아나고 싸움소들의 기량이 급신장하고 있다. 소싸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 소싸움 마니아층도 차츰 형성되는 분위기다.

국내 첫 소싸움경기장이 개장된 지 2개월이 넘었다. 이에 따라 소싸움장이 가족 단위의 건전한 레저문화 명소로 정착할 것이라는 전망과 베팅으로 매출을 올려야 하는 경기의 속성상 일부에서는 사행성 조장이 우려된다는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예측 불허 승부에 재미 만끽

청도 소싸움경기장을 처음 찾는 관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출전 소들의 뿔치기, 밀어치기 등 현란한 기술을 보는 재미는 물론 예측을 불허하는 공격과 방어, 밀리는 듯하다가 다시 힘을 내는 소싸움의 재미에 저절로 박수와 환호를 보내게 된다.

청도공영사업공사와 한국우사회에 따르면 9월 3일 개장 이후 이달 13일까지 22회차 213경기가 열린 가운데 총 우권발매 수는 7만4천 매, 매출액 10억8천만원으로 우권당 매출액은 약 1만4천원 정도이다. 주말 경기일마다 4천~5천여 명의 입장객이 북적거리는 것에 비하면 매출액이 저조한 편이나 최근 일별 매출이 6천만원대로 진입하면서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영사업공사는 소싸움은 경마나 경륜보다 적중 확률이 높고, 경기를 분석하고 재미를 느끼는 마니아층이 조금씩 늘면서 월별 매출액이 20% 정도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영사업공사 관계자는 "2003년 개장한 부산 경륜장이 3년 정도 적자를 보다가 화상 장외발매소 설치(교차투표)로 정상화되었음에 비춰볼 때 소싸움장도 정상 운영에 비슷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족 단위 레저문화 메카로

청도 소싸움장은 가족이나 관광객 단위로 많이 찾고 있다. 베팅을 위해 사람이 몰리는 경마장 등과 달리 레저와 주변 관광을 접목하는 대표적인 청도 관광코스가 되고 있다.

청도군은 내년 2월 경기장 입구에 조성 중인 소 테마파크 개장, 남성현 감꽃권역 개발과 함께 인근 와인터널, 청도읍성, 운문사, 코미디철가방 극장 같은 관광코스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공영공사는 소싸움의 박진감을 더하기 위해 싸움소의 경기력과 성적 여부를 계량화한 뒤 이 점수에 따라 성적이 나쁜 소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하는 싸움소 승강급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또 현행 4가지 승식 방식에 승리라운드만 적중시키는 시승식, 시연승식 등 새 게임승식을 개발하고 있다. 최강 싸움소 명예의 전당 등록, 황송아지 경품 제공 등 관객의 흥미를 모으는 각종 이벤트도 추진한다. 사행성사업보다는 흥미진진한 경기로 사람을 모으고, 매출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사행성 조장 우려는 아직

소싸움도 우권으로 표를 구입해 돈을 거는 사행산업이다. 경기장 곳곳의 전광판은 발매 마감시간을 시시각각 알려주고 경기가 끝나면 배당률을 알려준다. 최고 배당률을 소개하는 게시판 등 정보를 알려주고 경기도 베팅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1천 년 이상의 전통 민속 소싸움을 도박판으로 변질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관객들의 베팅금액이 아직은 미미하고, 경기 자체가 주는 재미를 즐기는 관객이 더 많은 상황이다. 청도군도 상당 기간 적자를 예상하고, 우선 건전한 레저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영공사는 소싸움은 경마나 경륜 등 사행산업 가운데 적중할 확률이 훨씬 높아 승리소를 맞히는 재미를 관객들이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경마 등 중독성이 강한 게임을 즐기는 기존 마니아층의 유입보다는 건전한 소싸움을 찾는 새 마나아층의 형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영공사 관계자는 "최강 소를 가리는 이벤트경기와 여름 야간경기 개최 등 소싸움장 홍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 건전한 마니아층 확대와 매출 증대 등 수많은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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