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5일 경북 영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A(8) 군 납치 사건 범인을 사건 발생 2시간 만에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자동차 추격전 끝에 붙잡았다. 모처럼 대구와 경북경찰의 공조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A군은 무사히 부모 품으로 돌아갔다.
◆납치과정
유괴범 L(41'대구 동산동) 씨는 이날 오전 8시20분쯤 영천시 완산동 영천공설시장 2층 주차장 안에 숨어 있다가 A군과 어머니(39)가 차량 문을 여는 순간 뒤 자석에 올라타고 흉기로 위협해 아들을 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당시 흰색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어머니를 주차장에 내려두고 승용차를 인근 축협 주차장으로 몰고간 뒤 미리 준비해둔 자신의 차량에 A군을 태워 대구 등지로 끌고 다녔다.
그는 이동 중 A군 부모 측에 수차례 공중전화를 걸어 현금 2억원을 요구했다.
◆도주
어머니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차장 폐쇄회로(CC)TV 화면을 통해 L씨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대구 경찰에 공조를 요청했다.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대구지방경찰청은 시내 각 경찰서에 형사들의 긴급 배치를 지시했다. 수성경찰서도 경찰을 12개 조로 나누어 주요 장소마다 배치했다. L씨는 10시 20분쯤 대구 수성IC 입구 삼거리로 이동해 신호를 기다리던 중 수성서 윤성준(35) 경사에게 노출되면서 숨가쁜 추격전이 시작됐다. 윤 경사는 즉시 이춘호 경위에게 도주 방향을 알렸고, L씨는 대구스타디움을 지나 장산중학교(경산시 사정동) 삼거리를 거쳐 경산 이마트까지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이 경위의 차량과 L씨 차량이 부닥치기도 했다. 수성경찰서는 무전을 통해 교통순찰차 5, 6대가 도주하는 L씨 차량을 쫓도록 지시했지만 L씨는 추격 차량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산 도심을 질주했다. 마주 달리는 차량과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여러 차례 있었다.
◆검거
L씨는 경산에서 청도 방향으로 도주를 계속했고, 경찰은 추격전을 벌이면서도 한편으로 남천 부근에 바리케이드를 친 뒤 L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L씨는 바리케이드를 보자 순간적으로 U턴을 한 뒤 대구로 방향을 돌렸다. 뒤쫓던 경찰들은 L씨의 차량이 더는 도주하지 못하도록 도로를 완전히 가로막았다. 더는 도주로를 확보하지 못한 L씨는 경산시 남천면 장미공원 앞에서 차량을 멈춘 뒤 흉기로 A군을 위협하며 인질로 잡았다. 자칫 A군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 이때 윤 경장이 다가가 담배를 권유하며 "아이가 다치지 않으면 큰 처벌을 면할 수 있다"며 설득한 끝에 A군을 무사히 구했고, L씨를 검거했다.
이강호 수성서 형사과장은 "긴급한 상황에서 경찰들이 서로 무전을 통해 공조 추적을 벌여 L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며 "공조 수사의 쾌거"라고 말했다.
◆범인은 전 세입자
경찰 조사 결과 L씨는 2000년부터 약 4년간 A군 부모가 소유한 건물의 점포를 빌려 가게를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L씨는 경찰에서 '근년 들어 생활고에 시달려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경찰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 A군은 다행히 신체에 이상이 없다"며 "L씨가 피해자 측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범행에 나선 듯하다.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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