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과 예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의외로 교묘하게 얽혀드는 측면이 있다. 의사란 직업은 항상 생명과 건강을 다루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특성상 인격적 수양과 철학을 갖추는 것은 필수요소다. 거기에 근간을 형성해주는 것이 바로 예술이 되는 것이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하루종일 진료실에서 몸이 아픈 이들을 어루만져 줘야 하는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제격이다. 그렇다 보니 의사들 중에서는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 전문가 뺨칠 정도의 소양을 갖춘 이들이 꽤 많다. 이들은 '예술'과 '삶'은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강민구(54) KMG내과 원장
중학생 시절 강 원장은 '라디오 키드'였다. 음반이라는 것을 구하기는 정말 어려웠던 시절, 그 무렵 개국한 FM방송은 정말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소리의 보고였다. 강 원장은 "우수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조건으로 아버지께 라디오를 선물 받았고, 의대 들어가는 조건으로 전축을 요구했을 정도로 음악에 푹 빠져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음악적 재능은 없었다. 그는 "정말 조금의 재능이라도 엿보였다면 당장 진로를 바꿨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노래도 잘못하는데다 악기 하나 다룰 줄 아는 게 없다"며 웃었다. 대신 그는 재능을 가진 이들에게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의 장을 제공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2004년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개원하면서 정원에 있는 커다란 태산목을 본래의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 건물 한가운데를 비워 마당을 만든 것이 계기가 돼'공연장'으로 사용되게 된 것이다. 강 원장은 "처음부터 공연을 할 의도가 있어서 건물을 이렇게 지은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 친분이 있던 음악하는 친구들이 와서 노래를 불러보더니 울림이 정말 좋아 공연을 하면 좋겠다고 하는 말에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 계명아트센터 김완준 관장이 개업 선물로 마련해 준 첫 번째 콘서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5번의 음악회를 열었다. 비공식 공연까지 합치면 30회가 넘는다. 이 밖에도 진료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전시회와 패션쇼까지 펼쳐보이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가장 감동적이었던 기억 중 하나로 '프리뮤직'을 하는 미연'박재천 씨의 공연을 꼽았다. 당시 뒤풀이 장소에 주인공인 박재천 씨가 한참 늦게 나타났는데 그 이유가 공연에 너무 감동을 받은 아주머니 두 분과 대화를 나누다 늦었다는 것. 강 원장은 "두 분이 공연을 보다 평생 가슴 속에 쌓였던 울분이 터져나가며 눈물이 흘러내려 주체를 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며 "단 한사람에게라도 그런 공연을 선사할 수 있어 기분좋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에게 예술은 '평생의 동경'이다. 그러면서 생활의 일부다. 사람들과 같이 숨 쉬고 교류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나이가 드니 왜 옛날 그리스'로마에서 수사학이나 철학을 그토록 중시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적'감정적으로 풍부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내가 우리 사회에 일조하는 방법은 예술가와 관객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편안하게 소통하고, 누구나 벽없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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