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점 봉사' 나섰다가 진짜 봉사맨 된 대학생 최민석 씨

"스펙쌓기보다 열린 마음에 책임감 있는 활동이 진짜 봉사"

"처음엔 단순히 30시간을 채우면 1학점을 딸 수 있다는 생각에서 봉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영남대 최민석(25·공과대학 환경공학과 4년) 씨는 학점을 따기 위해 봉사를 시작했지만 지난 1년 동안 20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하며 '봉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봉사 열정은 2011 대구청소년자원봉사대축전에서 지도자 부문 우수봉사자 선정으로 이어졌다.

"첫 봉사가 대학 3학년 2학기 때 대구수성구청소년수련관의 무대스태프 보조역이었어요. 그땐 지루하다는 느낌밖에 없었어요."

함께했던 친구들은 금방 그만두었지만 최 씨는 각종 바자회나 체험부스, 먹거리를 파는 '어울장터'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갔고 이후 청소년 동계 캠프 스키강사, 장애인 등반 중간지도자 등을 거치며 봉사에 재미를 붙여갔다. 그는 매월 3회 이상 대구수성구청소년수련관에서 중'고생 봉사자 50여 명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의사소통인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어떤 일을 하려 할 때 강요된 일은 봉사가 아니라 노동일 뿐이죠. 상황을 잘 이해시켜 스스로 하게끔 해야 마찰도 없고 힘이 들어도 즐겁고 보람이 있게 되는 거죠. 이게 진짜 봉사입니다."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을 이끌면서 얻은 최 씨 나름의 노하우인 셈이다. 지난해 15명의 장애인과 봉사자 15명이 앞산 등반을 할 때였다. 그는 힘들어하는 장애인을 보고 무심코 청소년 봉사자에게 일을 지시하며 "얘들은 못하니까 너희들이 해라"고 말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자존심이 상한 장애인이 울면서 등반을 하지 않으려 했던 것.

"그때 제가 '함께 해봐'라고 해야 했던 것이죠. 결코 그런 뜻이 아니었지만 그 장애인의 자존심은 무척 상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요즘은 더욱 책임감이 생깁니다."

이 때문에 최 씨는 멘티 봉사자들에게 커피에 타 마시는 '프리마'로 통한다. 물과 기름은 거의 섞이지 않지만 물에 프리마를 첨가해 기름과 섞으면 잘 섞인다는 걸 빗댄 말로 어떤 일이든 예민하게 톡톡 튀는 10대들과 이를 통제하려는 청소년수련관 담당직원들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잘해 얻은 별명이다.

간혹 주위에서 "봉사할 시간에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게 더 낫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는 "돈보다 더 값진 경험을 얻고 있다"고 답한다고 했다. 책임감을 갖고 보상을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일한 대가는 아르바이트와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게 그의 봉사에 대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취직 스펙을 위해 너도나도 지원하는 대학생 해외 자원봉사에 대해서 일침을 가했다.

"국내에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봉사거리가 많은데 굳이 경비를 들여 해외 자원봉사에 나서는 것은 경력과 자격 관리 때문이죠. 기업 등에서도 해외 봉사 스펙을 취업에 유리하게 인정해주는 풍토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국내에서 200~300시간 봉사경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 해외 봉사 자격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웃사랑을 보고 자란 최 씨에게 봉사는 결코 스펙이 아닌 건강한 사람의 책임이자 재미였다. 현재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최 씨는 환경관련 공무원이 되는 게 꿈이다.

"처음엔 저 한 사람의 변화로 여기까지 왔지만 앞으로는 저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의 변화, 더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불우한 이웃과 공공의 발전을 위해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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